지난 7월 13∼14일에 걸쳐 치러진 전국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용암초등학교 6학년이 경북도내 494개 초등학교 중 종합학력 1위를 차지(본지 585호 1면)해 그야말로 경사를 맞았다. 특히 도시보다 열악한 환경의 농촌 소규모학교에서 17명의 학생들과 담임교사가 이뤄낸 성과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기도 하다. 이에 본사는 용암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이왕걸 교사를 금주의 `포커스 초대석`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따라서 기자는 교사 생활을 시작한 지 1년 4개월을 맞고 있다는 이왕걸 교사를 용암초 도서관에서 직접 만나 전국학업성취도 평가 도내 1위를 차지한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업성취도 평가 도내 1위의 소감은?
-우선 이런 결과가 있기까지 같이 노력하고 고생하신 교장,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선배 교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1위의 주역인 우리 반 학생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지난 5월부터 학력평가가 있는 7월 중순까지, 약 3달 동안 밤 9시까지 전 학생이 교실에 남아 한마디 불평 없이 공부를 했다. 원래 9시까지 공부하는 것은 기초학력이 부진한 몇몇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었는데 나머지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동참을 한 것이다. 그 중에는 3달 동안 학원을 가지 않은 학생들도 있었고, 또 학원수업을 마치고 학교로 다시 와서 공부한 학생들도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두 한마음으로 동참해줘서 정말 고맙고, 늦은 시간까지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공부한 우리 반 아이들이 대견할 따름이다.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
-교육장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특히 9시까지 남아서 공부할 때도 많은 격려를 해 주셨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은 용암이 고향이시고, 용암초가 모교라서 그런지 학교의 명예를 높인 점에 대해서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학생들의 경우 언론에 보도된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학생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 또한 노력한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둬 자신감도 많이 생긴 것 같다.
△평소 특별한 수업방식이 있나?
-교사로 근무한 지 1년 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수업 노하우에 있어서는 내가 선배 교사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주로 학생들에게 스스로 공부하는 요령을 가르친다. 그리고 평소에 동기부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농촌학생들이다 보니 도시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감이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너희들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발전해 나갈 사람들이니 꾸준히 노력하면 된다`는 말을 종종 해 준다.
△학생들 자랑을 한다면?
-자랑을 한다면 끝도 없을 정도이다. 우선 아이들이 긍정적이다. 그리고 예의도 바르다.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아이들이다.
특히 우리 반에 도움반 학생 2명이 있는데 모두가 도와주고 격려해 준 덕분에 이 두 학생의 성적도 같이 올랐다.
게다가 이때까지 지각이나 결석한 학생도 없으며, 말다툼이나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요즘 아이들 같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사인 내가 봤을 때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이렇게만 성장한다면 분명히 모두가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원래 교사가 꿈이었나?
-그런 건 아니었다. 원래는 경영학을 공부했는데 다시 수능시험을 쳐서 교대로 들어갔다. 특히 내가 ROTC 출신이라 학생들을 대할 때 권위적인 모습이 나타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아이들을 보는 순간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결국 내 적성에 맞는 길을 선택해 후회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개인적인 계획으로는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 교사로서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가장 큰 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실력이 뛰어난 교사보다는 인간적인 교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나중에 학생들에게 `인간미 넘치는 교사, 이왕걸`로 기억되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 겨울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방학을 이용해 중학교 학습내용으로 예습하기를 원하고 있다. 방학 중 약 3주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할 계획이다. 물론 이 또한 아이들이 먼저 나에게 제안했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남다른 아이들이다.
마지막으로 아직 시간은 조금 남았지만 2월 중순이면 아이들이 졸업을 한다. 벌써부터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중학교에 가서도 지금처럼 잘 하길 바라며, 용암초 졸업생의 면모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프로필 ▷1981년 부산 출생 ▷부산교대 졸업 ▷용암초등학교에서 초임근무 시작(2009. 9) ▷경상북도 발명대회 연구논문 1등급(2010. 5) ▷부모님과 여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