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할 만큼 생명경시풍조가 만연한 요즘 한국사회의 현실 속에서도 생명가치를 제일로 여기며 생명을 구하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119구급대원이다. 구급대는 각종 재난 및 사고나 응급현장에서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로 뛰어다니고 있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재난과 사고에서 인명은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에 구급대원의 하루는 늘 긴장을 요하는 만큼 다른 무엇보다 힘든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성주소방서에는 간호사 출신으로서 사명감 하나로 구급대원이 돼 20여 년을 한결같이 이 일에 매진해 주변의 귀감이 되고 있는 여성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정언영 구급대원이다. 이에 기자는 정언영 구급대원을 금주의 포커스 초대석으로 선정해 구급대원으로서의 보람된 삶과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생명
일선현장에서 구하고파
▲첫 직업은 간호사였는데 119구급대원으로 전직한 이유는?
간호사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보았다. 모든 죽음이 다 슬프지만 그들 중 가장 안타까운 죽음은 응급조치만 잘 됐다면 살 수 있었던 이들의 죽음이었다. 간호사 일도 생명을 구하는 값진 일이지만 할 수만 있다면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고 싶었다. 이에 일선현장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들의 생명을 보다 많이 구하고자 구급대원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구급대원으로 근무한 지 어언 20년이 됐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긴박한 상황 속에서 생명을 살려낸 모든 일이 감동적이고 기억에 남는다.
이 일을 하다보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많은 위급상황에 부딪히게 되는데, 특히 임신부의 분만을 도와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다른 어느 때보다 더욱 긴장된다. 엄마와 아이의 두 생명이 구급대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가정집이나 달리고 있는 협소한 구급차 안에서 출산이 진행되면 분만을 돕고 탯줄을 잘라 아기를 무사히 포대기에 싸서 병원으로 이송한다. 아기를 무사히 받아냈을 때 모든 구급대원이 감격해 미역을 건네며 축하를 하곤 했다. 생명 탄생의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제일로 감동스런 일이었다.
▲구급대원으로서 힘든 점은?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구급대원은 항시 대기하며, 긴장한 상태로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압박감이 크다. 그럼에도 구급대의 일을 하는 것은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과 보람이 크기 때문이다.
출동 사이렌이 울리면 구급대원들은 애를 태우며 위급상황으로 달려간다. 그러한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서 욕설이나 비난이 돌아올 때는 구급대원으로서의 보람을 잃어 견디기 힘들다.
또 항상 강조하고 있는 말이지만 허위, 장난신고는 구조대원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그 시간에 다른 소중한 한 사람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평소에 응급처치를 위해 많은 교육과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런 나의 평소 노력이 발휘돼 한 생명을 살려냈을 때는 큰 보람을 느낀다. 응급처치를 마치고 병원으로 안전히 이송하고 나면 그때서야 긴장이 풀리면서 피곤함이 몰려온다.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한없이 뿌듯하고 가볍다.
▲여성으로서 일과 육아 병행의 애로점은?
가사 일은 남편이 잘 도와주는 편이다. 하지만 육아 문제는 사실 많이 힘들다. 아이가 아직 어려 엄마에게 더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집 운영 시간이 출퇴근 시간과 맞지 않을 때는 무척 곤란하다. 아이가 아프거나 다쳤다는 연락을 받을 때는 옆에서 챙겨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마음 아프다.
그래도 내가 힘을 낼 수 있는 건 언젠가는 아이들이 엄마를 이해해 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힘들지만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서 직장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지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크나큰 가치가 있다. 작은 부주의가 사고와 인명피해를 가져온다. 항상 안전생활을 습관화해 안타까운 목숨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또 격무에 시달리는 구급대원들을 따뜻하게 대해 주시는 지역민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의 계획은?
얼마 전 지방소방위로 승진을 했다. 그만큼 책임감이 더 커졌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그 어떤 위급상황이라도 달려가 생명을 구하는데 헌신을 다할 것이다. 또한 맡은 바 위치에서 발전된 성주119구급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프로필 △1970년 경남 합천 출생 △계명대 간호학과 졸업 △계명대 동산의료원 간호사 근무 △1994년도 소방서 입사 △현 성주소방서 지방소방위 △119시민수상구조대유공자 경상북도지사 표창 △남편 강영육 씨와 1남1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