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상의 변화를 투시하는 예리한 시선과 가슴을 파고드는 감각적인 문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빼어난 솜씨를 보여줬던 작가는 이 작품에서 한층 무르익은 문학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연작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장소는 베를린이다. 그간의 문학작품들에서 베를린이 냉전 · 탈냉전의 현장으로만 그려졌던 데 비해 작가는 사랑과 이상을 잃고 삶의 방향을 찾아헤매는 사람들을 중심인물로 삼고 그들의 삶이 역동적으로 뒤얽히는 공간으로서 베를린을 보여준다. "그곳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의 서식처이고, 국적과 민족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 사랑을 나누는 장소이며, 이념과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자기를 새롭게 찾아가는 공간"(방민호, 문학평론가 서울대 국문과 교수)이다. 이 공간을 매게로 작가는 가정폭력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여성에서부터 '5월 광주'로 표상되는 역사적 현장에 온몸을 던진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어 독자들이 소설 속 세계를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솜씨를 펼친다. '작가의 말'에서 공지영은 거의 5년이 넘도록 글을 쓰지 못하여 "오랫동안 칼을 놓았다가 이제 어쩔 수 없이 수술실로 들어선 의사처럼 두려웠다"며 이번 작품들이 태어나기 위한 산고가 만만치 않은 것이었음을 솔직히 고백했다. 해설을 쓴 방민호는 작품을 통독한 후 작가가 혼신의 힘으로 작품에 매달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면서 공지영의 소설만큼 "시류 변화를 예민하게 읽어내면서도 속된 변화를 거절하는 절조를 보여주는 세계도 드물다"고 평했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저 : 공지영 공지영 문학은 가부장제 가족 제도에서의 억압과 불평등을 고스란히 떠안은 '여성'과 1980년대의 '깃발'이 내려지고 '동지들'이 흩어진 뒤의 '후일담'에 크게 기대고 있다. 흔히 공지영의 소설을 두고 '페미니즘 문학'이라거나 '후일담 문학'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공지영 소설의 주인공들은 1980년대에 '불의 세례'를 받고 노동 현장에 위장 취업하거나, 타오르는 열정을 안고 변혁 운동에 투신한 전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980년대가 막을 내리자 깃발은 내려지고 동지들은 신문사로, 잡지사로, 대학원으로, 가정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더러 결혼과 함께 가정을 꾸리게 된 여성들은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동안 '나'를 잃어버린다. 1990년대로 넘어오며 어느덧 30대가 된 그들의 의식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시대에 대한 부채의식이고, 그 밑에 들끓고 있는 것은 자괴감과 분노다. 바로 이 지점이 공지영 문학의 출발점이다. 공지영의 소설은 실물대의 현실을 붙잡아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인다. 공지영은 왜 그렇게 1980년대에 집착한 것일까. 작가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왜 그렇게 1980년대에 집착했을까. 그것은 내가 지향하는 '진보'의 싹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386세대는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었지요."라고 말한다. (장석주의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에서) 작가는 여전히 소외받고 있는 '여성과 노동자'에 대한 글을 쓸 것이라고 한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페미니즘에 관한 글을 쓸거예요. 제가 노동운동도 하고 페미니즘도 쓰니까 이건 두 갈래의 길이라고들 해요. 저는 그게 이해가 안가요. 결국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 헌법에도 나와있듯, 모든 국민은 성별과 종교와 계급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렇게 보면 노동자와 여성은 모두 차별받고 억압받던 계층이에요. 노동운동도 페미니즘도 다 같은 이야기죠. 평등에 관한 이야기요. 또 하나는 작가로서의 사명감이에요.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혹시라도 사명이라는 게 있다면 자기가 원하지 않았던 어떤 것에 의해 차별받는 사람들, 정말 작가가 아니면 누가 대변해주겠어요? 끝까지 그런 사람들 편에 서고자 하는 것은 제 인생과 더불어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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