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마음을 지키는 것이다. "네 우물에서 물을 마시며 네 샘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 말은 정조를 지키라는 것을 뜻함과 동시에, 부부가 서로를 위하여 항상 마음을 곧게 가지라는 것이다.
결혼할 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었을 때나 변함 없이 사랑하겠다"고 서약한다. 그러나 중년에 접어들면서 남자의 마음은 헤이해지기 쉽다.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바깥으로부터 오는 유혹이 있다. 이럴 때 다시 한번 자신에게 다짐을 해야 한다. `내가 아내에게만 마음을 주기로 서약했는데`, `나는 남편에게 일생동안 헌신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내가 혹시 소홀히 하고 있지나 않는가?` 다시 한번 반성하고 검토해 봐야 한다.
둘째, 서로 헌신하는 것이다. "네 샘으로 복되게 하라. 네가 젊어 취한 아내를 즐거워하라" 복을 받는 아내가 되도록 하라는 것이다. 움브라이트의 해석에 의하면 아내로 하여금 칭찬을 받게 하라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남편의 아내에 대한 헌신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남편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으려면 아내가 배후에서 헌신해야 한다. 부부는 서로를 위해서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말하야 한다.
존 포엘은 말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는 문제는 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남편은 아내가 만들고, 아내는 남편이 만든다.
셋째는 서로 만족하는 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암사슴 같고, 아름다운 암노루 같으니 너는 그 품을 항상 만족하게 여기며 그 사랑을 항상 연모하라"고 했다. 암사슴은 주로 신부를 상징하는 말인데, 중년기에 접어든 부인이 무슨 신부처럼 그렇게 아름답겠는가? 여기서 암사슴은 육안에 비치는 아내가 아니라 마음의 눈에 비치는 아내를 말함이다.
남편이 아내를 진실로 사랑한다면 비록 아내의 외모가 늙어 볼품 없다 할지라도, 그의 마음의 눈에 비치는 아내의 모습은 암사슴 같을 수가 있다. 아내가 남편을 볼 때 비록 남편의 얼굴이 주름이 지고 흰 머리카락이 보인다 하더라도 그 아내의 마음의 눈에는 남편이 돋보이고 자랑스러울 수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시인 워즈워드는 자기의 아내를 두고 `아름답지도 아니한, 그러면서도 매일 양식이 되는 아내`라고 노래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두드러지게 자랑할 만한 것이 없는 아내지만 없어서는 안 될 식량과 같다고 읊은 것이다. 만족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방이 완전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만큼 성숙하고 훈련되었을 때 비로소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도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만족시켜줄 만큼 완벽한 사람은 없다.
다시 한번 우리의 가정 생활을 검토해보자. 아직도 이기주의적인 부부생활을 고수하고 있지는 않는지. 부인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보았는가? 남편이 그것을 발견해서 도와주어야 한다. 남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무엇인지 그것을 인정해주고 있는가? 그것을 위해 부인이 밑거름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럴 때 부부는 균형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으며 서로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다.
독일의 심리분석학자 에릭 프롬은 그의 `사랑의 예술(The Art of Love)`에서 사랑을 다섯가지로 정의하면서(①관심과 배려 ②책임 지는 것 ③상대방에 대한 존경 ④이해하는 것 ⑤주는 것)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첫째로 꼽았다. 아내를 위해서 또는 남편을 위해서 깊은 관심과 배려를 가지고 한번 깊이 생각해 보라. 상대방을 위해 도와줄 것이 무엇이며, 그에게서 도움을 받을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살펴보라.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때가 있다. 송강 정철은 그의 훈민가(訓民歌)에서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달프다 어찌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했고, 한시외전(漢詩外傳)에서 한영(韓嬰)은 "나뭇가지가 잠잠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쳐주지 않고 자식이 부모를 공양하려 하나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라고 한탄했다.
부부의 사이도 마찬가지다. 금강산 관광 때, 첫 번째로 갔다 온 송 모 할머니가 `금강산 노래 자랑`에서 1등을 해서, 노래 자랑 사회자 송해 씨와 함께 KBS `아침마당` 프로에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 70세가 훨씬 넘은 송 할머니가 평안도 사투리로 이런 말을 했다. "…어러분, 그저 넝감(영감) 잘 섬기라요! 나 월남해서 5남매 키우면서 넝감보다는 아이들 더 위하고, 넝감한테 소홀히 했던 것 이제 와서 후회막급이야요. 뭐 먹을 것이라도 생기면, `그것 아이들 먹일 것이니 먹지 말라`고 하면서 넝감은 못 먹게 하고, 자식들 먹이고 대학 보내어 결혼시켰더니,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던 자식들 결국 다 며느리의 넝감이 되고 말았이오. 여러분, 자기 넝감이 제일이야요. 그러니 자기 넝감 잘 섬기라요!"
우리가 선진국들의 원조를 받아야 할 만큼 잘살지 못했을 때, 그래도 그들이 우리를 몹시 칭찬하면서 부러워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의 가족제도였다.
그런데 그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우리 가정에도 위기가 닥쳐왔다. 결혼할 때 굳게 서약했던 그 사랑이 식어지고 존경이 사라진 데서 온 위기이다. 76세 난 할머니가 83세의 남편 할아버지께서 인색하고 의처증이 있다고 해서 이혼소송을 내어, 1심에서 승소했다가 2심에서 패소하여 대법원에 상소했는데, 여성 단체들이 할머니의 이혼할 자유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가정의 두 기둥인 애정과 존경을 되살려 서로가 처음 마음을 지키고, 서로가 헌신하고, 서로가 만족하는 성숙한 남편 원숙한 아내 되기를 축원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