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아름다운 길이 물에 잠겼다
하동마을
화계장터도
물난리로 몸뚱이 하나 빼고는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
섬진강 돌모래 제첩의 둥지도 실종되고
강가의 해묵은 벚나무도
수렁에 파 묻혔다
구레 양정마을 곡창지대
최판사의 넓은 들판도
남원의 사랑고장도
물에 푹 빠졌다
불어나는 강물에
제구실 못하는 제방
지붕위에 올라간
늙은 소의 처절한 통곡소리
태산 같은 믿음이
산사태로 무너저 내렸다
육이오 전쟁통은
난리도 아니다는
드라마의 대사보다
더 힘겹게
파 묻히고
푹 빠지는
드라마가 지금 그곳에
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