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동천에 떴으나
구름에 가리어 반달인지
쪽달인지 구분이 안됩니다.
문득
박힌 것이 움직이는 것을
이기지 못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듭니다.
청산이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지만
청산은 시대를 이기지 못합니다.
앞산의 소쩍새는 아직도 울어대는걸 보니
먹이를 구하러간 짝이
돌아오지 않았나 봅니다
배고프겠다
새끼들은......
산바람에 타고 오는 아카시아 꽃향기가
진하게 코끝을 밀고 들어옵니다
달고나
달고나
비온 뒤에 핀 꽃은 맑은 날을 맞이하여
후손을 번창시키려고
꿀샘을 활짝 열어 젖혔나 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꿀 향기가 골짝을
가득 메운 해에는
꿀은 흉년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결과론적으로는 맞습니다
새아침 밝은 날이 되면
나의 벌들은 죽어라
꿀을 물어 올 것입니다
나는 벌들이 모아놓은 꿀은
벌들이 덮개하기 전에
채밀이로 털어옵니다
라지만 산에 들에
꽃이 피어 있는 한 벌들은 이유 불문하고
꽃을 모아옵니다
나는 그들에게 화적이나 다름없지만
그들은 나를 적으로 보지 않는 듯 합니다
시골생활에서 삶의 흔적을
뒤돌아보게 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하여
때문에
자연, 자연. 이라고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꿀 향내가 너무 달아서
취할 것 같습니다
구름 걷히고 나타난 달은
반달인 것 같습니다
소쩍새는 잠이 들었나 봅니다
사방이 조용하고
꿀 향기만 가득합니다
새벽 세시가 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