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하면 낙동강(다부동) 전투의 백선엽 장군과 인천상륙작전 맥아더 장군을 떠올린다. 그 백선엽 장군이 돌아가셨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꼭 조문을 해야겠기에, 49재까지 계속 분향·추모한다는 광화문 분향소를 뒤늦게나마 찾았다. 방명록에 `대한민국을 지켜내신 위대한 전쟁영웅, 천상에서 자유 대한민국 지켜주시고 부디 영면하소서!`라 쓰고 돌아섰다.
드문드문 조문객은 있어도 위대한 공로에 비해 너무 한산하다고 조심스레 향군회 임원에게 위로를 드리고, 이 정부의 홀대에 불만을 토했더니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는지가 훤히 보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토로하며 분향소 영정 앞에서 내 사진까지 찍어줬다.
나는 백 장군 장례 행렬도 가로막던 광복회장 김원웅과, `동포 가슴에 총을 쐈다`는 女변호사를 거명하고 그들의 의식과 국가관이 `가련하다`고 힐난했다. 중공 팔로군을 토벌하려는 `간도토벌대` 앞에는 독립군도 없었는데 왜 거기 `친일`을 덧씌우는지 참 한심하다. 광복회장, 서로 대척점(對蹠點)에 섰던 두 정권에서 요직을 거친 당신 국가관의 실체를 말하라. 최악의 경우 국가 존망이 닥칠 수도 있었던 위난에 우리 국군이 아니라 적군의 안위에 경도돼 있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대한민국 국민은 맞는지, 정말 어처구니없다. 이럴 때 `국민자격 박탈`은 없나?
당시 일제 식민지 치하 `육군특별지원병제`에는 시행 첫해 400명 모집에 경쟁률이 7:1, 나중에는 57:1로 치열했다 한다. 그 청년들이 모두 `친일`하기 위한 선택이었겠느냐고 반문하고, 오늘날의 시각으로만 그들을 평가할 수가 있겠느냐고, 박건호가 쓴 `···식민지 조선 청년`에서 비판한다. 더구나 간악한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조선 청년들을 `조선인 영웅` 만들기에 나섰고 태어날 때부터 `대일본제국 신민`었으니 조선 청년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책 저자 박건호 씨는 덧붙인다.
또 그 당시 조선 청년들이 좌익으로 경도되지 않았다면 모두 일본군 장교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친일파로 단정하는 것은 온당치 않고, 광복 이후 창군과 6·25에서 기여한 공도 평가해야 한다고 `비극의 군인들`이라는 책을 쓴 이기동 씨는 주장한다.
다부동 전투, 탱크도 장거리포도 없는 우리 군 1개 사단으로 인민군 3개 사단을 격퇴시켰다. 세계 전사(戰史)에 기록될 일이었다. 전세가 불리하여 밀리기 시작하니 미군조차도 후퇴하자는 걸 백 장군은 반대했고 공포에 질린 병사들을 향해서는 `내가 후퇴하거든 날 쏴라`고 하며, 선두에서 돌격 명령을 내리니 사기 충천한 병사들의 비장한 결기는 기어이 전승을 가져왔다. 백척간두의 조국을 구한 백 장군의 혼령 앞에 그 우중에도 남녀, 세대의 구분도 없이 수백만이 머리 숙이는 연유이다. 그 이후 주한 미군 사령관들은 `맥아더 같은 신화(神話)이자 전설`이라 존경했다고, 이종옥 성수회 회장(육군대장)은 설파한다.
상상만 해도 아찔하지만 만에 하나 거기서 퇴각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할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 온다. 광복회장, 당신은 폐허에서 오늘의 이 나라가 되기까지 땀 한 방울 흘려 봤느냐고 되묻는다. 현충원의 전우와 백 장군 옆에 잠들어 있는 영웅들의 희생정신을 알기나 하느냐고 학계의 원로 김형석 교수는 질타한다. 그런 사람 광복군 회장 시키는 이 정부이니 그가 곧 이 나라 근현대 역사관(안보관)의 상징일 수밖에 없다. 너무도 적나라함에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다.
이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삼대 세습정권 김정은은, 6·25 때 핵이 없었기 때문에 미군에 밀렸다고 하고, `낙동강 철수의 한(限)을 못잊어···`라고 한탄하는 김정은을 보면 다부동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으며 그 역사적 의미를 알게 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앞서 말한 `가슴 먹먹`이 정녕 헛말은 아니리라! 사리가 이렇게 분명한데도 이른바 `운동권`의 그 호기 방자(豪氣放恣)한 위세들은 무슨 궤변이라도 늘어놔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침묵하는가?
이 나라 위정자들 백 장군 제발 홀대하지 말고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갖길 바란다.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 낙동강 최후 전선의 위대한 공적을 생각하라. 이 나라 어쩌다 이 슬픈 두 진영으로 갈렸나. 여변호사, 광복회장, 약속이나 한 듯 권력 지향의 `침묵하는 자`들만 빼고 백장군의 위국 전쟁영웅을 추모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비극이 따로 없다. 나라 지킨 군인을 홀대하는 나라, 정말 어디로 가려느냐. 먼 훗날 이순신 장군과 함께 백선엽 장군이 구국의 영웅으로 분명 추앙 받아야 할 것이다.
직원 성추행으로 삶을 송두리째 스스로 시궁창으로 던져버렸는데 유가족은 가족장을 원했지만 생뚱맞은 서울시장(葬)으로 유난을 떨고, 조문에만 문전성시이고, `피해 호소인`으로 말장난만 하고, `피해자 집단 가학(苛虐)`이 공공연하고, 구국 전쟁영웅 분향소엔 그림자도 안 비치는 이 나라이다. 조화만 보낸 것만으로 국군통수권자가 되는지 이 삼등시민도 좀 알고 싶다. 세계 1차대전 때 독일 롬멜을 영국 처칠은, 적국이지만 그를 위대한 장군이라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이 나라는 자국의 전쟁영웅도 홀대하니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는지 알 길이 없다. 시정인(市井人)들이 흔히 쓰는 `···연방제 하려나?`가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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