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락 우거진 들풀이 거침 없이 하늘을 찌르고 땅을 파 헤치며 이랑과 고랑을 삼키고 있다 숨을 멈추고 그 속에 들어가 나도 한 풍경이 되었다 들풀 안에서 바라본 풍경은 하나의 거대한 숲이었고 작은 돌멩이 하나는 큰 바위였고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은 동화 속 작은 호수 같았다 움푹 파인 고인물은 강이었고 땅벌레 한 마리는 두더지 같았다 바닥에 귀를 대니 난초의 낮은 소리가 들리고 햇살 익어가는 누런 호박줄기도 땅을 헤집고 힘차게 넓은 곳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창밖엔 가을바람이 쏟아지고 코스모스 꽃은 피고지면 내년 이 맘 다시 돌아올 수 있지만 몸부림 치며 살아온 생애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최종편집:2025-06-16 오후 06: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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