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게
배 잡고 웃는 것도
좁은 방에
넷이 누워 나란히 자는 것도
우리라서
가능한 일이야
학교 가는 길
늦어서 뛰어가는 길도
늦은 밤
달무리를 보며 걷는 것도
우리라서
즐거운 일이야
늦은 밤 달님이
그 달님이 아니었다면
그 과자가
‘오, 예스’가 아니었다면
어때
우리는 우리라서
즐거운 것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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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내일 세상의 주인인 것은 봄날 꽃 피기 시작하는 나무와 같이 발랄하고 풋풋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상이 아무리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해도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간다. 나무가 짙은 그늘 속에서 햇살 쪽으로 가지를 벋어나가듯, 어른들의 세상이 그 출구마저 막아버리지만 않는다면, 장마철에 물방울들이 모여서 낮은 곳으로 제 길을 찾아 흘러가듯이 청소년들은 스스로의 길을 찾아 억눌린 에너지를 분출하는 출구를 알고 있다. 그들만의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른들이 청소년의 출구를 막고 자신이 걸어온 길만을 고집할 때, 그들은 숨이 막히고 튀어나갈 수밖에 없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호-스를 막을 때 그 물들이 어디로 가겠는가.
이 시는 우리 아이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그들은 앉아서 조곤조곤 이야기 나눌 공간만 허락되어도, 친구의 얼굴만이라도 서로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도 무조건 즐겁고, 친구와 나누는 사탕 한 알, 빵 한 조각도 그들에게는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다. 그들에게도 오늘의 삶이 있고 그들만의 문화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을 숨 막히게 만든다. 그들을 비좁은 방 안에 가두어서 분재로 만들어야 안심하는 사람들은 이 시를 읽고 나면 깨닫는 것이 있으리라. 청소년들은 햇살과 바람 속에서 싱싱하고 힘차게 자라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에게 내일의 마을과 들판을 온전히 맡길 수 있을 것 아닌가.
배창환(시인, 성주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