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배 통통이며 바닷물결 가르고
선암 반도 휘돌아 서해를 바라보니 망망대해 끝이 없고
수평선이 가로막아 쓸쓸한 마음 간절하다.
잠잠한 물결 위를 넘나드니 보이나니 절벽이라
휘둥그런 눈이로다 정신차려 바라보니 과연 장관일세
멈추나니 발길이요 뜨이나니 눈이로다.
황홀하여 정신차려 훑어보니
곳곳이 바위요, 고기요, 형형이 색색이라.
그 경치 살펴보니 자연을 그려보자.
뒤로는 천폭의 병풍이요 앞으로는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선대암, 소뿔바위, 소머리바위, 말머리바위,
쌍둥이바위, 낙타바위, 낚시바위, 련꽃바위,
이름 모를 바위들이 즐비하게 늘어졌고
물고기 떼들이 바닷속을 쏜살같이 노나니며
한 쌍의 물범이 힘을 더해 즐겨 하니
이 아니 장관이요 조물의 산물이라.
천초 만목이 바위틈을 채색한 듯 수를 놓고
갈매기 알을 품고 절벽 속을 들락이며 창공을 주름잡고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가 가세하니 그 더욱 흥겨워라
한폭의 그림같이 조화를 이루나.
화구(그림도구)가 없어 그려보지 못하여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