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철학적 담론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철학자 김용석의 ‘짧은 글 속 작은 생각’들을 모은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는 건 어려운 철학적 담화들이 아니다. 저자는 일상의 모든 소사들을 통해 철학적 사유의 단초들을 발견한다. 휴대전화와 청진기, 젓가락,그리고 축구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탄력있는 정신이 살피지 않는 대상은 없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일상의 철학’‘철학의 일상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에 의하면 일상이란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삶의 형식이자 내용이다. 때문에 일상을 통해 얻는 깨달음이라고 해서 경시해서는 안된다. 큰일들의 운명이 사소함에 좌우되기도 하고, 사소한 것이 큰 것들을 품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강조한다. 다차원적 경제·정치적 욕구등이 공존하는 ‘혼합의 시대’를 잘 살기 위해 ‘일상의 까탈스러움’에 성찰적 자세로 다가서야 한다는 저자의 신념이 쉬운 표현들 속에 표출되고 있다.
--- 지은이 소개 ---
김용석 -철학자이고,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찰학박사 학위를 받고,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주된 관심은 문화담론과 인간론을 접목해 미래 세계를 구상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문화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제적 접근과 일상적 분석을 시도해오고 있다. 문화 이론에 철학적 깊이를 부여한 학자라는 평을 받는 저자는 최근 몇 년 동안의 국내 활동에서 지식사회와 예술계가 주목할 만한 책들을 펴냈다.
현대문화의 세밀한 조감도를 제시하며 인간의 초상을 다양하게 읽어낸「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에서는 광범위하면서도 심도 있는 문화학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대중문화의 중요 장르인 영화와 인문학의 관계를 다룬「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에서는 애니메이션 작품의 스토리텔링에 내장된 철학 컨텐츠를 발굴하여 `서사 철학`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판타지 작품에서 전문 과학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텍스트를 소재로 삼아 문명사의 흐름을 살핀「깊이와 넓이 4막 16장」에서는 21세기 초반을 `혼합의 시대`라는 새로운개념으로 정의하며 실용적 미래 전망을 하고 있다. 또한 한국 최초의 본격 철학 대담집「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는 우리 토론문화에 큰 자극제가 되었다. 현재 영산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 책표지 글 ---
멀리할 수 없는 일상을 멀리하며 산다는 것만큼 자기모순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요즘 많은 사람들의 삶에서 일상이 너무 멀리 있다는 것을 느낀다.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은 새콤달콤 `잘사는` 삶이 아니라, `남들에게 좀더 잘사는 것처럼 보이려고` 아등바등하는 삶이거나 `이미 잘살고 있다`는 것을 크렁크렁 과시하는 삶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의미 있는 일상이 그들에게서 멀리 있기 때문이다. …… 이 글들은 독자에게 사소한 것이 큰 것을 품고 있으며, 큰일들의 운명이 사소함에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자 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란 그런 것이다.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생각의 편린들이 갖는 중요성이 여기에 있으며, 그런 일상적 사고로 얻는 것은 때론 힘들고 어려운 세상살이에서도 유쾌한 깨달음이다. - 머리말 에서
--- 내용 ---
1장 일상 속 야만과 문명
`가위` 문화
젓가락의 미학
식탁 위의 무기들?
건맨과 폰맨
휴대전화, 이동하는 공동체인가?
미개한 서비스
귀 둘, 입 하나
신종 전문의를 위한 효자 상품?
사라지는 청진기 1
사라지는 청진기 2
(이하생략)
2장 당연함의 거짓말
한국어로 말하기
관찰 - 걸인은 무엇을 들고 구걸하나?
테이크아웃 : 매우 합리적인 부박함
뒤바뀐 `팁` 문화
불안전 불감증
마키아벨리의 경고
얼굴 맞대기
수명 연장의 시대?
효도와 인권
여성 앵커 단독 진행을 제안한다
(이하생략)
3장 다른 것이 자연스럽다
`안티`의 의미와 사회적 역할
일상 속, `다름의 판타지`를 위하여
나는 `무관심의 공포`를 느낀다
복잡한 문화, 복잡한 세상
`야타족`과 `주타족`
혼합의 시대를 사는 방법
괄호 치기 : 처세술의 마법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자식사랑`인가 `자기사랑`인가
혐오감과 친근감은 어떻게 생길까
(이하생략)
4장 넓고도 깊은 세상
선택능력의 시대
유토피아적 순간으로서 술자리
21세기의 고향
가족에서 가정으로
미개안의 여행자
어떤 작가의 죽음
세계화의 멀티페이스
헬싱키에서 온 이메일
코디네이터의 시대
정치에 대한 네 가지 단상
(이하생략)
--- 본문내용 ---
당연함의 거짓말
프랑스 축구의 신화적 인물 미셸 플라티니도 우리 식의 스타플레이어 기준으로 보면 낙제점이다. 플라티니도 경기 도중 많은 시간을 어스렁대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이탈리아 세리에A팀 유벤투스에서 선수생활의 황금기를 보냈는데, 당시 팀 감독은 그가 어슬렁앨 수 있도록 팀을 구성하고 작전을 짜기도 했다.
프랑스 축구의 신화적 인물 미셸 플라티니도 우리 식의 스타플레이어 기준으로 보면 낙제점이다. 플라티니도 경기 도중 많은 시간을 어스렁대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이탈리아 세리에A팀 유벤투스에서 선수생활의 황금기를 보냈는데, 당시 팀 감독은 그가 어슬렁앨 수 있도록 팀을 구성하고 작전을 짜기도 했다. 하지만 그도 로시처럼 결정적 기회에서는 골문 앞에서 냉혈한으로 돌변해 상대에게 정확하게 결정타를 먹이곤 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끄는 데 공헌한 두 명의 공격수 호마리우와 베베토 역시 당시 경기 중에 현란한 드리블(그런 능력이 있다 할지라도)과 강한 슈팅을 주무기로 하지 않았다. 당시 브라질 팀은 공격 투톱으로 이 두 선수를 내세웠다.수비진에서부터 롱패스로 이 두 선수에게 공을 공급하면(199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던 ‘미드필드의 전쟁’이라는 현대 압박 축구의 허를 찌르는 작전이었다) 그들은 공을 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쏜살같은 골문 대시로 상대 수비를 따돌리며 골문 앞까지 가서는 패스해준 공을 잡은 다음 냉정함을 잃지 않는 정확한 슈팅으로 득점하곤 했다. (pp.155~156)
--- 미디어 리뷰 ---
“하루하루의 삶을 유심히 살펴보라”
압구정동과 야타족, 아줌마 등 일상을 소재로한 짧은 글 60여편을 묶은 철학 에세이. 작은 소재에서 큰 이야기를 끌어내는 솜씨가 “대화의 깊이는 소재가 아니라 대화를 이끄는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저자의 소신 그대로다. - 이영미 기자(2002-07-19)
압구정동과 야타족, 아줌마 등 일상을 소재로한 짧은 글 60여편을 묶은 철학 에세이. 작은 소재에서 큰 이야기를 끌어내는 솜씨가 “대화의 깊이는 소재가 아니라 대화를 이끄는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저자의 소신 그대로다.
식탁의 무법자로 등장한 거대한 식(食)가위에서 단속과 검열의 상처를 기억해내고, 둥근 식기 위에서 전후좌우로 활약하는 젓가락의 네트워킹에 감동하며 저자는 일상에서 철학을 찾아낸다.
저자가 일상에 천착한 건 “오늘날의 지식인들이 살아 숨쉬는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막상 하루하루의 삶을 유심히 살펴보는 데 인색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철학자의 일상에 ‘일상의 철학’을 돌려주기 위한” 저자의 시도는 가위와 청진기, 휴대전화에서 문명화된 삶 속에 숨겨진 야만성을 찾아내는 1부에서부터 명확하게 드러난다. 또 너무 당연해서 되물을 필요조차 없는 일들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거짓말이 될 수 있는지, 다르다는 것은 왜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것인지를 효도와 인권의 관계, 한국인의 영어 강박증, 번지는 안티 문화 속에서 읽어낸다.
저서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 등에서 장르를 가로지르는 인문학적 지식으로 호평받았던 철학자 김용석 교수(영산대 교양학부)는 이번 책에서 ‘일상적’ 소재와 간결한 단문으로 한결 대중적인 글쓰기를 시도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