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놀러 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어.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弔燈(조등)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 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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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목련이 지기 전에 놀러 오라는 그의 말을 듣고도 시인은 일상사에 쫒겨 끝내 가지
못하다가, 그가 세상을 떠나고서야 조등 하나 걸려있는 그의 집으로 찾아간다. 거기 그는
없고 너무 늦게 놀러 온 이들만이 그가 피워 올린 목련꽃 그늘 아래서 술잔을 기울이며 그의 빈자리를 확인한다.
이 시가 우리를 뒤흔드는 것은 `너무 늦게` `놀러`갔다는 데 있다. 가보니 이미 그는 떠나고 없는 것이다. 아니, 떠났다는 말을 듣고 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시에서는 그가 목련을 `너무 일찍` 피워 올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역설이고, 그리움의 다른 표현이다. 살고 죽는 일은 도처에 있고 우리가 사는 일이 다 이러한데도 이 시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시인이 `죽음`을 우리의 보편적인 `삶` 속으로 따뜻하게 가져온 데 있다.
(배창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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