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 추위에
은행나무가 후두둑 잎을 떨어뜨린다.
세상에 대한 미련을
한꺼번에 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황망히 흘리는
황금빛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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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차가워졌다. 겨울이 멀지 않음을 예고하듯, 병든 감잎이 기나간 여정을 마감하고 내려앉는다.
그 곁에, 아직은 진록색을 뿌리면서 버티어 선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다. 저 나무는 언제까지라도 푸르를까 생각해 보지만, 잘 보면 부지런히 뿌리를 오르내리는 물관들도 이미 지쳐 보인다.
아무렴, 누가 시간을 이길 수 있으랴. 곧 저 나무도 잎을 내려놓고 쉬게 될 것이다. 그 때 우리는`세상에 대한 미련을 / 한꺼번에 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황망히 흘리는` 눈물을 보게 될 것이다. 눈부시게 노오란 `황금빛 눈물`을.....
은행나무는 마치 자신을 통째로 내다버리듯이 시간 앞에 거침없이 잎을 벗어던지는 것이 황홀한 매력이다.
그 발아래 `황금빛 눈물`이 수북히 쌓여갈 때쯤 우리는 길 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춰서, 우듬지 끝으로 한참이나 올라가 버린 하늘의 푸르름에 놀라면서 `아! 벌써 가을이구나!` 외칠 수밖에 없다. 짧고도 좋은 시다.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