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먼 길 떠나던 날
벽오동 잎 뚝뚝 떨어진다
이 봄 다시 오는구나
소식 없던 그 잎사귀
촉촉한 눈망울로 내 앞에 웃는구나
떠나가면 이렇게 만나는구나
버리는 것은 이렇게 찬란하구나
고요히 먼 산 바라본다
어린 나뭇잎 바람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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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우리에게 언제나 새로운 것은 생명의 피어남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생명의 덧없음도 함께 보여주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피어나는 것이 있고 뚝뚝 떨어지는 것이 있지만 그것들의 자리는 결국 나무의 줄기일 터이다. 차례로 왔다가 차례로 돌아가는 것이 이치라면 사람의 목숨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떠나가면 이렇게 만난다고 외치면서, 버리는 것은 이렇게 찬란하다면서, 오동잎 어린 잎을 노래하고 이 땅을 떠나갔다. 시인의 마지막 유고시집에서 뽑아온 이 시는, 시인의 죽음으로 더욱 우리에게 절실하게 남았다.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