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는 남녀노소 모두 즐겨 부를 수 있는 노래지만 특히 맑은 가락과 재미있는 가사로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 입니다. 최근에는 가요가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남녀간의 사랑을 주요한 소재로 삼는 가요와는 달리 동요는 다양한 소재를 노랫말로 다루고 있기에 과학 원리가 숨어있는 가사도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동요를 몇 개를 살펴보며 그 안에 숨은 과학 원리를 살펴봅시다. 먼저 동물은 동요에 가장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노랫말에는 대개 가족을 서로 보듬고 사는 동물이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곰 세 마리’가 그렇지요.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재작년 한 방송사가 실시한 조사에서 전국의 3~7세 유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요로 선정되기도 했을 정도로 많은 친구들이 좋아하고 즐겨 부르는 노래입니다. 그럼 실제로도 곰이 이런 단란한 생활을 하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실제 곰의 생활은 동요와는 달리 외롭기 그지없답니다. 번식기(짝을 찾아 아기를 낳는 시기) 외에는 단독생활을 하기 때문이지요. 곰은 번식기 외에 가족을 만들거나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무리를 지어 사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집단 생활은 곰에 대단히 거추장스러운 일일 뿐이지요. 이 같은 생물학적 습성은 북극곰, 알래스카의 불곰, 아시아의 반달곰 등 세계 모든 종류의 곰들의 공통점이랍니다. 이런 면에서 ‘곰 세 마리’는 단란한 가정을 그리고 싶은 인간의 바람일 뿐 실제 곰의 생활과는 거리가 먼 것이지요. 그 밖에도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런데 개구리 역시 번식기를 제외하고는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지도 않고, 또 수컷 개구리만 운다는데, 웬 며느리까지 울고 난리법석을 피운다고 하니 그 노랫말 역시 인간의 바람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또 다른 동요 ‘송아지’ 속의 송아지와 엄마 소에는 가족에 대한 다른 방향의 과학적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라는 가사 속에서는 는 DNA를 통한 유전 이야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생물의 세포 안에는 생물의 정보를 모두 담고 있는 DNA가 있습니다. 엄마 소와 아빠 소가 교배해서 송아지가 탄생할 때 송아지의 DNA의 절반은 엄마 소로부터 받고 나머지 절반은 아빠 소로부터 받게 됩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지요. 그래서 우리의 생김새도 엄마와 아빠를 닮은 것이랍니다. 때문에 송아지가 엄마 소를 닮는 건 당연한 것이지요. 동요라고 부르기 힘들지만 아이들을 위한 노래 ‘검은 고양이 네로’를 보면 고양이의 습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노랫말 ‘검은 고양이 네로 네로 네로 이랬다 저랬다 장난꾸러기’는 사람을 잘 따르는 개와 달리 잘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의 습성을 보여줍니다. 고양이를 기를 때 생기는 가장 큰 골칫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집안 여기저기에 새겨지는 발톱 자국이지요. 고양이는 왜 발톱 자국을 만들까요? 바로 활동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서 입니다. 강한 세력을 지닌 고양이일 수록 더 높은 자리에 더 깊은 상처를 낸다고 합니다. 다른 고양이에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니 눈에 잘 띄는 장소에 있는 대형 물체가 목표물이 되곤 하지요. 거실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소파, 방 천장까지 솟아 있는 장롱이 주로 발톱 자국의 재물이 됩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중에는 일부러 긴 통나무를 방 한켠에 세워두고 고양이들의 놀이터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동물만큼은 아니지만 바다, 산, 강, 바람 역시 빠질 수 없는 동요의 소재들이지요. 가령 ‘초록바다’의 노랫말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에는 좀 더 복잡한 과학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는 대로 우리가 눈으로 색을 볼 수 있는 원리는 빛은 전자기적 성질을 가진 여러 파장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중에 눈에 보이는 파장들을 가시광선이라고 합니다. 이 가시광선을 프리즘에 비춰 보면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의 무지개 색이 보인답니다. 이러한 가시광선이 물체에 닿으면 일부는 흡수가 되고 또 일부는 반사가 되는데 반사되는 빛이 우리가 볼 수 있는 색이지요. 그래서 빛이 없는 밤에는 모두 검게 보이는 것이랍니다. 바닷물은 파장이 긴 붉은색과 노란색 등은 처음에 바로 흡수하고 파장이 짧은 파란색을 가장 나중에 흡수한답니다. 바다 속 깊은 곳으로 스며든 파란색은 미립자에 의해 반사되고 이것이 바다의 고유한 푸른 색을 만들게 됩니다. 그렇다면 파란 바다를 ‘초록빛’이라고 말한 동요는 틀린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육지에 가까울수록 바다에는 식물 플랑크톤이 번성하는데 이것이 바다를 초록색으로 만들기 때문이지요. 반면 식물 플랑크톤이 적으면 바다는 짙푸른 색이 되겠지요. 바다의 기본 색깔은 파란색이지만 외적 요인에 따라 다른 빛을 띠는 것입니다. 해조류가 확산돼 붉은색을 띠는 홍해나 산소 부족으로 인해 검정색 퇴적물이 쌓인 흑해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랍니다. 냇물을 소재로 한 ‘퐁당 퐁당’에는 파동물리학이 담겨있습니다. 우선 ‘퐁당 퐁당’의 가사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퐁당 퐁당 돌을 던지자/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냇물아 퍼져라 널리널리 퍼져라/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주어라’ 돌이 냇물에 떨어지면 잔잔하던 수면에 ‘교란’ 현상이 일어납니다. 물 분자 하나하나에 에너지가 전달되며 수면파가 발생하지요. 수면파가 생긴다고 물이 이동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파동의 에너지를 옆으로 전달해 파동이 퍼지도록 할 뿐이지요. 파동의 이런 성질을 생각할 때 돌이 떨어진 곳에서 멀리 있는 누나의 손등을 간질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럼 ‘누나 몰래’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겠지만 냇물의 폭이 20m 넘어야 건너편에 있는 누나가 돌을 던지는 나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파동에너지가 거리가 멀어질수록 감쇄한다는 데 있지요. 전달되는 파동이 점차 약해지면 웬만큼 큰 돌을 아주 힘껏 던지지 않고서야 파동이 전해지다가 약해져 소멸하고 말 것입니다. 게다가 돌을 던지는 곳이 연못이 아닌 냇물이라는 점은 잔잔한 연못과 달리 냇물의 흐름 때문에 감쇄현상이 더욱 강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누나 몰래 던지기는 힘들 것 같지요? 달나라까지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는 불가능하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온 세상 어린이가 하하하하 웃으면 그 소리 울려 퍼지네. 달나라까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우리는 이미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꾸 걸어 나가면 바다에 빠지겠지만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 한 바퀴 돌아서 세상 어린이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것이 불가능 한 일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지요. 그럼, 또 다른 가사를 살펴볼까요? 정말 온 세상 어린이가 ‘하하하하’ 웃으면 그 소리 울려 퍼져 달나라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소리의 정체와 특성을 통해 그 가능성을 알아봅시다. 모든 소리는 물체의 진동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기타는 현을 진동시키고, 플루트는 관내의 공기가 진동하면서 소리를 내지요. 또 사람의 목소리는 성대의 떨림으로 만들어지지요. 이렇게 떨림으로 만들어진 소리는 공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즉 소리는 진동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에 진동을 전달하는 물질 즉 `매질`이 있어야지만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가 사는 곳이 진공상태라면 우주공간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겠지요. 따라서 동요인 ‘앞으로’에서 나오는 내용처럼 온 세상 어린이의 웃음소리가 달나라까지 닿기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이 지구 밖에는 소리를 전달할 매질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토끼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요에는 토끼의 습성을 생각하지 않고 지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산토끼 노래를 불러 봅시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중략) 산 고개고개를 나 홀로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어서 올 테야.` 그런데 이 노래에서 토끼가 어떻게 밤톨을 주워 올 수 있었을까요? 다람쥐나 청설모 그리고 원숭이라면 입안에 먹이주머니(협낭)가 있어 얼마든지 넣어 올 테지만 토끼는 그러한 먹이주머니가 없습니다. 앞 발이 라쿤 처럼 발달하여 손에 들고 올 수도 없지요. 그렇다고 캥거루처럼 새끼주머니(육아낭)를 가진 것도 아니니 알밤을 주워 온다는 것은 잘못된 노랫말이지요. 토끼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요 중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건 또 있습니다.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새벽에 일어나 사람이 물통에 준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샘으로 내려왔다는 것으로 보아 상식적으로 그 토끼는 분명히 산토끼일 것입니다. 그런데 산토끼라면 보통 야행성 동물로 분류된답니다. 즉, 아침에는 활동을 하지 않고 굴에서 쿨쿨 잠을 자고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과 즐겁게 부르는 동요는 조금만 살펴보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이 담겨져 있습니다. 또 과학적으로는 오류가 담긴 노랫말도 있지만 가족,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가사 속에 담긴 과학 원리를 찾아 이야기를 나눠보고 잘못된 노랫말을 고쳐서 불러보는 것 또한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www.scent.ndsl.kr KISTI 과학향기 제128호, 552호 제780호,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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