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꽃꺾기재 하나뿐인 이 학교
유리창을 다 깨뜨리고 지나갔는가
교탁도 흑판도 다 가져갔는가
아침 바람만 이 교실 저 교실
창틀을 훤히 넘나들며 사라지는
강원도 백운산 사북읍 사북 6리
뻐꾹새만이 뻐꾹뻐꾹 남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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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된 학교를 보면 슬프다. 창문은 깨지고 교탁도 흑판도 모두 부서지거나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교실은 그냥 귀신 나올까 겁나는 그런 흉물이 되고 만다. 학교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지역의 문화적 중심이 무너진다는 것이고,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이 황폐하게 된다는 말이다.
내가 다닌 가야산 아래 모교는 아직 무사해서 다행이지만, 내 아이의 학교는 언제 문을 닫을지 불안하다. 그리고 모교를 잃어버릴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모든 것이 경제적인 효율로 따지는 세상이 돼 버렸지만, 학교는 함부로 닫아서 안 된다. 그것은 우리의 어제와 우리 아이들의 내일의 꿈을 닫는 것이고 지금 밟고 선 삶터를 허물어버리는 일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이 시인의 울음을 가슴 저리게 읽어두어야 한다.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