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륜면 수륜리 윤동마을에 사는 김주용(金柱龍, 75)씨. 그는 크지 않은 키에 다소 마른 체격을 가진 전형적인 농사꾼이다. 하지만 일반 농사꾼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글을 쓴다는 점이다. 20대 초반부터 글이 마냥 좋아 써 오기 시작했다는 그는 지난 9월 본인의 모든 땀과 열정을 담은 책 한 권을 냈다. 그동안 원고지에 써온 글을 책으로 만들어 놓으니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고향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 강한 그에게 책 발간 에피소드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목을 草露(초로)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초’는 풀초자고, ‘로’는 이슬로자다. 여름철 이른 아침 풀밭을 걷다 보면 신발과 옷자락이 축축할 때가 있다. 이는 이슬 때문이다. 풀밭을 지날 때는 마치 구슬밭을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너무 좋다. 이런 느낌을 항상 마음에 새기기 위해 책 제목을 그렇게 결정했다.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우선 몇 장을 넘기면 나의 대학교 재학시설 학생증과 20대 모습, 부인, 자녀 등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주요 책 내용은 그동안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시, 한시, 산문, 잡수 등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책을 발간한 이유는? -예전부터 책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그 실천을 이번에 한 것이다. 책을 낸 이유는 절대 남에게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단지 내가 살아온 모습을 세상에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 외의 욕심은 전혀 없다. 막상 발간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다. △책 발간에 대해 주위 반응은 어떠한가? -대구상고 동기들은 학식 있는 글이라며 칭송해줬다. 반면 한문이 섞여 있어 어렵다고 하는 이들도 있고, 아기자기한 글이 인상 깊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한마디로 각양각색이었다. 한문을 삽입한 것은 요즘 대부분 사람은 고등 교육을 받기 때문에 이 정도는 다 알 것으로 생각했다. 절대 남을 무시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어디에 배포했나? -군청을 비롯한 지역 각 면사무소, 대구상고 동기, 수륜지역 기관단체 등에 배포했다. 총 300권을 발간했는데, 모두 나눠주고 지금은 1권뿐이다. 주위에서 몇 권 더 달라고 할 때는 왠지 흐뭇하다.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나? -군 복무 시절부터 조금씩 글을 모았다. 정확히 21살 때다. 이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글을 써놓았더니, 어느덧 집 안에 가득할 정도로 양이 많아졌다. 얼마 전에 책을 발간했긴 했지만 또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써 나가고 싶다. 2번째 책 발간과 상관없이 말이다. △주로 어떤 글을 쓰나? -일상생활을 하다가 보고 느낀 것을 쓴다. 특별한 것은 없다. 주로 방바닥에 엎드려서 쓰며, 상황에 따라 하루에 딱 한자 쓸 때도 있다. 거창하게 컴퓨터로 기록하지도 않고, 일반 200자 원고지에 써 내려간다. △왜 글을 쓰나? -나에게 글은 또 하나의 삶이고 인생이다. 글을 쓰면 무엇보다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 진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을 모두 가진 기분이다. 글은 어떤 생각이나 일 따위의 내용을 글자로 나타낸 기록을 말하는데,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어떻게 명예 졸업장을 받게 됐나? -사정이 있어 대학을 미처 마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아들로부터“아버지, 경북대학교 명예졸업장을 수여한다는 신문보도가 있는데 신청하십시오”라고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곧장 모교로 찾아 가보니, 사실이었다. 이렇게 해서 2000년 2월25일(1999년도) 정규 졸업생과 함께 졸업장을 받게 됐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서 사람답게 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노력은 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듯이 지금이라도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한번 시작해보길 바란다. ◆프로필 △1935년 수륜면 수륜리(윤동) 출생 △지사초등학교 졸업 △대구상업중학교 졸업 △대구상업고등학교 졸업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문리학과 입학(1955년) △경북대학교 명예졸업(2000년) △前 수륜중학교 교사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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