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4시 성주제일교회 본당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제일교회에서 주최한 원로목사 추대, 장로·집사·권사 은퇴 및 임직감사예배로 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씨에도 500여명의 신도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행사 진행 도중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바로 주용수 前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한 것. 주 원로목사는 1987년 5월 12일 성주제일교회 목사로 부임해 올 9월까지 예사롭지 않은 언변과 온화한 성품으로 지역 신도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던 인물로 정평 나 있다. 이에 기자는 그를 만나 40여년간의 목회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목사도 정년퇴임이 있나?
-당연하다. 정년퇴임제도를 도입한 지는 20여년이 됐다. 총회 헌법에 살펴보면 목사는 만 70세가 되는 그 해 12월까지 은퇴해야 된다고 명시돼 있다. 예전에는 목사 인원이 부족해 한 명이 여러 교회를 맡은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정년퇴임제도를 시행하게 됨에 따라 교회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3년 전 정년퇴임을 번복한 목사가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가 지난 2006년 정년퇴임을 하겠다고 밝히고 나서 얼마 후 뒤집은 일이 있다. 그는 세계적으로 50만명이 넘는 신도들이 따르고 있는 거물로, 대단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이 사례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 아무리 훌륭한 인물이라도 그렇게 하면 웃음거리 밖에 안 된다. 목사의 위치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다, 2년 만에 목사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원로목사란?
-원로목사에 대한 규정은 교단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대한예수교 장로회 통합 교단에서의 원로목사는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하던 목사가 노후에 시무를 사면할 때 교회로부터 그 명예를 보존하기 위해 추대하는 것이다. 원로목사가 되려면 교인들의 총회인 공동의회에서 투표로 가결된 후 노회의 허락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보통 한 교회에서 5년 이상 머무르는 목사는 거의 찾기 힘들며, 성주 통합 교단에서의 원로목사는 본인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슷한 설교를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본인은 그동안 단 한번도 같은 설교를 한 적이 없다. 한 목사가 수십년 동안 특정한 이들에게 설교하면 분명 지겨워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 원고를 쓰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 있는 일이 많았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동일한 설교를 하면 금세 신도들이 알아차린다.
△힘든 적은 없었나?
-목사 활동 중에 교통사고가 2번 난 적이 있는데, 그때 가장 힘들었다. 첫 번째는 봉화에서 났고, 두 번째는 성주에서 마산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다리에 장애를 입었다. 보통 이런 실수를 하면 교회에서 쫓겨나는데 본인은 그런 일이 없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평탄하고도 행복한 목회를 한 사람 중에 한 명이다.
△보람을 느낀 적은?
-귀신에 씌인 듯한 행동을 보인 두 명의 여성 신도를 인도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계획은?
-아는 분의 도움으로 영천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앞으로 그곳에 거주하면서 평소 못했던 운동, 여행 등을 할 계획이다. 이제 한 교회의 목사가 아니라, 가정의 남편 혹은 아빠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군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랜 기간 성주에 머물면서 지역 사회에 봉사활동을 많이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는 후임 목사가 대신해 줄 것으로 믿는다. 그는 다재다능하면서 젊고 성실한 목사다. 그리고 성주에서의 추억은 남은 여생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강승규 기자
◆프로필
△1939년 경북 의성 출생 △1970년 담양 월산교회 담임전도사 △1973년 부안 줄포교회 담임전도사 △1974년 호남신학대학교 신학과 졸업 △1977년 예장 경안노회 목사임직 △1980년 연합신학대학원 졸업(조직 신학) △1985년 영주노회장 △1994년 미국 인터내셔날 신학대학원 졸업 △1987년∼2009년 9월 성주제일교회 담임목사 △現 성주제일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