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할 일이 있어 밀양 가는 길
기차가 마악 청도를 지나면서
창 밖으로 펼쳐지는 감나무숲
잘 익은 감들이 노을 젖어 한결 곱고
감나무 숲속에는 몇 채의 집
집안에 사람이 있는지
불빛 흐릿한데, 스쳐 지나가는
아아, 저 따뜻한 불빛 속에도 그늘이 있어
울밖에 弔燈(조등)을 내다 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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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에는 씨 없는 감이 열린다. 그걸 내가 사는 성주에 옮기면 씨 있는 감이 된다고 한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청도감도 청도에서만 청도감인 셈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문학청년 시절 내가 참 좋아했던 이영도 시인이 살던 땅이 청도였고, 거기서 시인은 저 감들을 보면서 뜨거운 사랑의 시들을 주렁주렁 키웠다.
감나무가 있어야 농촌이다. 초가며 기와지붕 위로 솟아,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감이 있는 풍광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런데 가을 청도는 마을에 감들이 서 있는지 감나무 밭에 마을이 들어선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온 천지가 감 세상이다. 그 숲길에 난 기차길을 따라 시인은 노을에 물든 감들을 젖은 마음으로 바라본다.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어 떠나는 사람도 있는가. 그걸 바라보며 느꺼워하는 시인의 눈빛이 더욱 붉다. 아름다운 시다.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