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나온 초저녁별이
지붕 끝에서 울기에
평상에 내려와서
밥 먹고 울어라, 했더니
그 날 식구들 밥그릇 속에는
별도 참 많이 뜨더라
찬 없이 보리밥 물 말아먹는 저녁
옆에, 아버지가 계시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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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초저녁에 평상에 식구들 둘러앉아 밥 먹으며 저녁별 바라보던 때가 참 오래 되었다. 선풍기도 없던 때라, 손부채로 지나가는 바람을 불러들이기도 하고, 그 때 참 많았던 모기들 쫒아내느라 피워대던 모깃불도 매웠지만, 한번씩 크게 일어날 때마다 식구들 얼굴이 환하게 보여서 좋았다.
지금도 그 옛날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누구나 보리밥에 물 말아 풋고추 찍어먹던 때를 그리워한다. 먹고사는 일이 큰 일이었지만 지나고 나면 그리움인지라, 시인은 그 날을 떠올리는데, 별들이 가득한 하늘 아래 문득 `옆에, 아버지가 계시지 않`고 자리 하나가 비어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비어있는 자리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메울 수가 없는 것일까.
그래서 우리의 가슴을 흔드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시다. (배창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