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굿 윌 헌팅`이라는 영화를 다시 봤다.
두 번째 보는 것인데도 나는 맷 데이먼이 분한 `천재`에 매료되었다. 나는 원래 천재인 남자를 좋아한다.
남녀관계란 묘해서 자기에게 없는 것을 가진 자에게 강력하게 끌리게 마련이다.
머리가 텅 빈 여배우가 별 볼일도 없는 삼류시인에게 홀딱 빠지고, 메마른 훈련기간을 오래 거친 의사인 남자가 피아노를 전공한 뭔가 감성적으로 풍부해 보이는 여자에게 빠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나 역시 노력과 끈기로 모든 일을 우직하게 하는 내 평범함이 그냥 물리학과 놀다가 노벨상을 탔다는 파인만 같은 물리학자나 그 어려운 수학공식을 장난하듯 풀어내는 맷 데이먼에게 폭 빠지는 것이다.
`또 봐?`하면서도 남편은 옆에서 함께 영화를 보았다. `정말 부럽다, 참 천재란 좋은 거야. 얼마나 세상 살기 신날까?`하는 나를 웃으며 바라보았다.
영화는 두 번에 걸친 입양파기의 상처와 양부의 학대 속에서 자란 천재소년의 삶을 다루고 있다.
그는 절대로 자신을 떠날 수 없는, 버릴 수 없는 밑바닥 친구들과 어울리며 세상과 등을 지고 산다.
그러나 그의 재능을 탐내는 세상과 마주하고, 그 와중에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 채 헤어나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 로빈 윌리암스와 만난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총명한 여대생과 사랑을 통해서 그는 한꺼풀 두꺼풀 자신을 열고 마침내 자신의 깊은 곳에 있었던 분노와 슬픔에서 탈출하게 된다.
로빈 윌리암스는 바로 인간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남녀의 사랑은 형태가 어떻든지 희생이란 레일을 깔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랑은 결과가 아니라 함께 살며 퍼즐그림을 맞추듯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가치 있는 일은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서 눈을 뜨는 것`이라고 정의해 준다. 그리고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잔잔한 목소리로 가르쳐 준다.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옆에서 보고 있던 남편이 물었다. `그래 누가 좋아? 맷 데이먼 아님 로빈 윌리엄스?`
나는 말했다. `그야 물론 로빈 윌리엄스지-인간적이잖아?` 천재가 아닌 평범한 남편은 만족했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로빈 윌리암스 매력적이다.
저 텁수룩한 수염도 성적 매력이 상당하고-그리고 운동도 아주 열심히 하는 모양이야. 배도 납작하고 팽팽해 보이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눈빛이 근사해-세상을 연민을 가지고 보고 있잖아.
따뜻하기 그지 없고, 첨에는 모르겠더니 점점 보면 볼수록 상당히 섹시해 보이는데-`
맷 데이먼에서 로빈 윌리암스로 획 돌아버린 내게 남편은 손을 들었다는 듯 `그만 자자`라고 말했다.
그날 사람 앞에서 아부(?)를 잘 못하는 내가 남편에게 끝내 하지 못한 말이 있다.
`남자의 최고의 성적 매력은 바로 인간미-인간적인 매력`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와 함께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을 말이다.(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