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창랑(滄浪)을 바라본다. 간밤에 그렇게 울부짖던 파도의 함성은 언제이던가 싶게 잔잔한 미소로 맞으며 갈매기 울음조차 침묵하는 아침이다.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은 선단을 이루어 수평선 위에서 아직 물풍을 거두지 않은 채 일렁거리고 서편 하늘에는 반달이 걸려 있다.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는 깨어나는 바다의 몸부림처럼 희게 부서진다. 먼동 트는 동해의 일출을 보고 있노라면, 바다의 정기가 느껴지며 온몸에서 호흡을 하는 듯하다. 태초에 창조의 역사가 어느 신천지에서 황홀한 이상의 푯대를 꽂은 듯, 엄숙한 호연지기(浩然之氣) 앞에 선 나는 밝은 마음 즐거움이 찾아오고 어느 곳에 숨어 있는 신의 오묘한 진리는 깨닫지 못해도 자꾸만 작아지던 마음이 성숙한 삶의 지혜를 얻는 듯하다. 한치 앞도 못 보는 인생살이, 욕심의 골리앗 죄악의 골리앗에 잡히어 제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있는 티만 보고 있을까? 옷에 묻은 먼지는 자주 털고 몸에 붙은 때는 목욕을 하면서 마음에 묻은 때는 어떻게 씻고 있는가? 기도는 마음의 때를 씻는 작업이다. 기도가 없는 종교는 종교가 아니다. 기복 신앙만 있으면 종교가 아니고 사교(邪敎)이다. 우리 사회는 일천만의 기독 신자와 이천만의 불자가 있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도 도덕 불감증에 걸린 환자가 많다고 아우성인가? 예레미야의 눈물 어린 기도가 있어야 하고, 우리 모두 회개의 기도를 갖자. 수양을 하면 선의 경지는 이르지 못해도 생각이 바뀌며 행동의 변화가 오고 행동이 바뀌면 인생의 삶이 달라진다. 닫힌 마음 열고 회개의 눈물을 흘려 보자! 이 커다란 우주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보잘것없는 것 아닌가? 어두운 마음 불신의 늪에서 빠져 나와 얼굴을 펴고 웃기만 해도 마음이 밝아지는데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고 정진(精進)하며 늘 기도하며 살자. 릴레이 차광 등댓불의 깜박거림이 멈추어지는 시간이면, 밤새 출렁이는 바닷속에서 땀과 눈물로 지친 목선 한 척, 얼마나 고기를 잡았는지 잔 물살 가르며 포구로 돌아온다. 갈매기 몇 마리가 고기 냄새를 맡고 목선을 따른다. 부두에는 아낙네들의 발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소금기 먹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질하고 계면쩍게 웃으며 선창으로 내리는 어부들의 모습이 보이고, 왁자지껄한 어시장의 한 귀퉁이에서는 경매인의 바쁜 손놀림이 분초를 다투며 어가를 결정하고 있다. 애달프고 끈질긴 어부의 삶을 읽게 한다. 아는 이 만나면 눈웃음치며 손 흔들고 오징어 한 마리 횟감으로 얻으면 콧노래 부르며 집으로 돌아온다. 출근 시간이 바쁘다. 나는 옥색(玉色)이 그대로 물들 것 같은 이 동해의 아침, 이 바닷물에 이기심, 교만, 질투, 유혹, 모순 덩어리 마음속 때를 이 한순간만이라도 씻고 싶다. 불타오르는 듯 이글거리며 솟구치는 일출(日出)처럼 살고 싶다. 진실한 야망으로 눈물 흘리며 사랑하고 감동하고 노래부르는 삶을 살고 싶다. 오! 해맑은 동해의 아침 바다여!
최종편집:2025-05-14 오후 05: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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