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맡겨진 조손가족의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조손가족은 심리·사회적 또는 경제적인 여건이나 가정 내외부의 환경이 열악하고 지지체계와 사회적 지원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나 조손가정의 규모는 추정만이 있을 뿐 가족형태로의 분류가 되질 않아 정확히 알기 힘들다.
성주군 역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받는 가정만 알고 있을 뿐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조손가족의 아이들은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적절한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러한 사각지대에 놓인 조손가족의 경제적·양육 및 교육 그리고 손자녀의 정서적 실태를 알아보도록 하자.
◇조손가정의 복지에 대한 욕구
조손가족은 매년 5%씩 증가해 2010년 기준으로 약 7만 가구가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조손가족의 월 평균소득은 60만 원 수준으로 41%의 조부모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손가정의 대부분이 성인자녀로부터 부양받을 수 없는 조모가 노령으로 경제활동 또한 할 수 없는 열약한 상황으로 이로 인한 빈곤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러한 경제적 빈곤은 아동에서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정서적으로나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지게 되고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부모역할을 유보하거나 장기적으로 부모역할 능력을 상실한 성인자녀를 대신해 부모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조부모는 손자녀와의 갈등을 직접 해결해야하는 부담감과 함께 노년의 여가와 자기개발에 몰두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경제적 실태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 지원금액이 생활에 부분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으나 급여액으로는 부족하고, 비동거가족이 비정기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는 경우에도 생계유지가 어려워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모(부) 혼자 손자녀를 양육할 경우, 월평균 가구소득은 59.7만 원으로 2010년 기준 2인 가족 최계생계비인 85.8만 원에 훨씬 못 미치며, 전체 조손가정의 2/3에 달하는 가정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
할머니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A군(관내 S중학교 3년)은 "어머니는 어렸을 때 가출했고 아버지는 몇 해 전 돌아가셨다"며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경제적인 활동은 없지만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생활비가 매달 40만 원 정도 나오며, 학교에서도 급식 지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 달 생활비에 할머니 약값까지 나가면 턱없이 부족한 면이 있지만 익명의 누군가가 매달 쌀 20㎏을 주셔서 다행히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내 S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B군(3학년)의 할머니는 "B군, B군의 동생,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살고 있는데,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 정부에서 지원 받는 것도 없고 기껏해야 노령연금으로 매달 9만 원을 받고 있다"며 "그나마 병원비 지원과 주위에서 많이 도와줘 부담이 덜하지만 우리 형편에 아이 둘을 키운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양육 및 교육 실태
보통의 양육기간이 9.44년으로 볼 때 이러한 장기적인 양육과정은 미성년 손자녀와의 세대차이로 인한 학습지도 및 장래준비의 어려움 등 양육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나, 90% 이상의 조부모가 손자녀의 양육을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할머니는 "성적이 비록 중간 정도이지만 현재 성주고를 목표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 보충수업을 한다"고 손자의 학교생활을 전했다.
또한 "우리 손자가 대학교까지 진학하기를 원하나 가정형편 상 그렇게 하기 힘들 거 같아 가끔씩 `장학금을 받으면서 대학교를 다녀보자`고 하면 `노력해 보겠다`고 한다"며 교육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A군은 "할머니가 편찮으시지만 집안일은 거의 할머니가 하고 있다"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집안일을 하실 때마다 안타까워 학교에 돌아오면 도와주는 편이다"고 말했다.
또한 "할머니와 많이 다투는 일은 드물지만 가끔씩 할머니가 `공부해라`고 하면 조금 더 놀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나 좀 내버려 두라`며 대들게 돼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B군은 "아직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생각은 안하고 있지만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 명인고를 생각하고 있다"며 "대학교 진학은 형편상 어렵지만 빨리 사회생활을 해서 할머니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오는 날에는 학교에 가기 싫다"며 "등교할 때에는 괜찮지만 하굣길에는 몇 시간씩 동생과 함께 학교에서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곤 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것 역시 부모의 부재에 따른 사춘기 청소년 다운 불만의 표출이다.
대부분의 조부모가 학교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을 경우 손자녀의 학교생활에 직·간접적인 후견자 역할을 해야 하지만 고령과 문맹으로 인해 아동의 학습에 직접 개입을 두려워하여 심적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학습지도도 할 수 없어 A군과 B군의 할머니 경우 전반적인 교육은 학교에 일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A군과 B군의 담임교사들은 "가정 형편 상 아무래도 학교 외(학원, 과외)의 공부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교에서도 수업 이외 보충을 필요로 하는 것은 별도로 시키지만 그것 외에 집에서의 예습·복습이 되질 않아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손자녀의 정서적 건강 실태
조손가족 아동들의 가정생활은 빈곤으로 인한 생활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 과정 중 필요한 학습준비와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욕구좌절을 경험하면서 제대로 된 교육과 성장욕구를 실현하기 어렵다.
아울러 미래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교육 참여 기회를 스스로 체념함으로써 상황을 수용해 합리화와 해결방안을 찾으며, 조부모가 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 거기에 대한 불안과 우울한 심리를 나타내기도 한다.
A군과 B군은 "평소에 아프고 그러진 않으며 고질적인 질병도 없다"며 "다만 할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스러운 맘이 앞서다 보면 공부하는데 지장을 받는다"고 말했다.
조손가족은 구성 연령에서 경제활동 연령을 벗어난 조부모와 경제활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미성년 손자녀로 이뤄져 있어 정부나 주위의 지원이 없다면 그 생활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기자가 접촉한 가정의 아이들은 주위의 도움과 함께 긍정적으로 생활하며, 할머니가 아프면 집안일은 자기가 도맡아서 하는 등 조부모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려는 의지가 보였다. 심성 또한 착해 학교에서 말썽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없었으며 오히려 교우관계가 원만한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아픈 상처와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미래를 생각하며 각자의 꿈을 향해 한발자국씩 나아가는 아이들의 그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본의의 의사에 따라 학교와 실명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취재 1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