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미는 손에는
보송보송한 평화가 있다
만날 때 마다
마술처럼
너의 손바닥은 꽃을 피운다
그 손을 맞잡고 악수하면
귀한 세상과
세상을 엮어주는
인정의 다리가 놓인다
네 섬세한 손에는
따뜻한 점자문이 새겨져 있다
속깊은 무형의 언어가
볼록기호를 타고
잔잔한 파장을 그리며
나에게로 온다
한 점씩 한 마리씩
아주 천천히 가교를 건너 온다
꽁꽁 언 빙벽을 넘어 다니며
따뜻한 부조를 조각해 놓고
닫혔던 채광창을 활짝 열어
아름드리 밝음을 뿌리고 간다
-시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