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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쩡한 15㎏ 박스를 왜 물탱크에
□ 반신반의하는 농민들, 이게 될까?
□ 불안과 희망을 교차하며 중간분석
□ 모두가 만족하는 성공의 방안은?
올해 성주군은 농민들의 수익증대를 위해 지난해까지 사용해 오던 15㎏ 참외박스를 전량 군비를 투입해 회수했다. 이에 농민들은 불안 반 희망 반으로 정책에 따랐다.
시민·사회단체와 상공인은 멀쩡한 박스를 군민세금으로 회수해 물탱크에 넣는 일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가지고 바라봤다.
성주군의 성주참외의 명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부득이 추진해야 할 농민정책이라고 판단하고 의회가 중심이 되고, 집행부가 추진한 사업이라고 한다.
농민들 역시 우려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정책에 참여했다. 참외성수기에 접어들며 수치상 1/3의 수익증대를 기대한 것처럼 매출수익이 증대해 농민들은 환호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것이 10㎏ 소포장 규격화 사업으로 인한 수익인지 날씨와 관련된 가격상승의 효과인지 아직까지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본 기획취재는 참외성수기를 모두 지낸 현시점에 실제적 수익을 통계자료와 농민들의 말을 통해 밀착 취재해 봄으로써 군민의 세금이 투입된 예산의 낭비인지, 아니면 농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간 정책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따라서 성주군 관내에 산재한 지역농협을 통해 올해 전체 참외 조수익을 전년과 비교해서 살펴보고 정책기관인 성주군 농정과의 예산지출대비 효과 등을 조사함과 아울러 여러 농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체감성과를 확인해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봄으로써 향후 소포장 규격화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변화를 거듭하는 성주참외
성주참외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오랜 기간동안 사용돼 오던 15㎏ 고높임 박스가 사라지고, 15㎏ 닫힘형 박스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성주참외의 명성을 유지하고,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결정한 사안이었다.
고높임 박스의 경우 박스 규격인 15㎏보다 더 많은 양의 참외가 담겨져 출하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초과된 양만큼 농가의 소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며, 박스가 닫히지 않아 배송 시 파손이 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래서 닫힘형 박스, 즉 15㎏ 정량만 담을 수 있는 박스를 제작했다. 이때 약 15억 원의 군비를 비롯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기존 박스를 회수했다.
이렇게 탄생한 15㎏ 닫힘형 박스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동안 사용돼 오다 2011년부터는 자취를 감췄다. 농가소득 증대와 운반의 용이함을 위해 10㎏ 박스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군이 소포장 규격화 사업을 진행하며 지난해 9월 참외 농가 및 농협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1천648명 중 83%에 해당하는 1천384명이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군비 19억5천만 원 등 총 25억 원의 예산을 들여 기존 15㎏ 박스 247만 장을 전량 회수했다. 참외농가를 위한 일이기는 했지만 멀쩡한 박스를 회수하는 점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당시 관내 한 작목반 관계자는 "소포장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이렇게 많은 박스를 회수해 물탱크에 넣는 것은 자칫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라며 "기존 박스를 소진한 후에 점차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하지만 집행부의 의견은 달랐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소포장 규격화는 15㎏에서 10㎏으로 바꾸는 것 외에도 디자인 통일까지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하며 "기존 박스를 회수하지 않고 소진 시까지 사용한다면 말로만 소포장 규격화가 진행될 뿐 실질적인 소포장 규격화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전량 회수 및 교체가 불가피했다"고 전했다.
변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
15㎏ 고높임 박스에서 15㎏ 닫힘형 `참별미소`, 그리고 10㎏ `성주참외`로 변화를 거듭하면서 눈에 띄는 것은 변화의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소비패턴과 유통환경이 급변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우선적으로는 농가의 소득증대가 가장 큰 이유이다. 소포장 규격화 사업 역시 농가소득 증대가 가장 큰 이유였다.
군 관계자는 "소포장 규격화에 따라 ㎏당 평균가격 상승으로 인한 300억 원 이상의 연간 간접소득과 선별 포장으로 인한 성주참외 이미지 제고가 가장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참외농가의 절반 이상이 노약자 및 부녀자인 만큼 작업을 함에 있어서 운반이 용이하며, 운송 시 파손도 줄어들어 민원 발생요인도 함께 감소하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타 작물의 소포장 추세도 무시할 수 없다. 과일과 야채 등 식품분야의 소포장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소비패턴에 따라 과거와는 다르게 `양보다 질`이라는 승부수를 띄우고 있기 때문이다.
성주참외는 제주감귤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감귤이 소포장으로 인한 소득증대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주감귤도 15㎏에서 10㎏, 그리고 5㎏ 등으로 소포장이라는 변화를 거쳤다"며 "이 과정에서 큰 가격하락 없이 기존 가격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참외 소포장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소포장 규격화가 추진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당분간 유통분야에서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공판장(중도매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직거래를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벽진농협의 경우 서울(양재)하나로마트에 `명품참외`를 납품하고 있으며, 시세가 좋을 때는 3㎏ 제품이 4만 원에 이를 때도 있는 만큼 고품질 참외를 고가에 판매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성주군수가 인정한 참외` 등 독자적 브랜드 개발을 비롯해 품질고급화사업, 소포장 세분화사업 등 차별화 시책사업개발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재2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