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다 사랑하는 사람아
강 건너 사람의 마을 불빛 꺼지고
찬 별빛 한 줄기 내려와
강둑에 핀 달맞이꽃이 눈부시다
먼길 고개를 떨구고 걸어가는
말이 없는 내 사람아
이 길을 따라 흐르는 물결 따라
잠들지 않는 가난의 땅
새벽 달빛에 어린 노란 꽃무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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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나 가을 시골 강둑이나 길가에 유난히 노랗게 떠오르는 꽃이 있다. 달이 뜨면 밤새도록 울음 울어 피어나는 꽃. 달맞이꽃이다.
별이 또록하게 빛나는 날 새벽녘, 밤새 찬이슬 내린 풀밭 위에 움쑥 솟은 꽃대가 더 애처로와 보이던 그 꽃은, 머지 않은 옛날 맹인 가수 이용복이 절절하게 노래 부른 뒤에 더 서러워졌지만, 노란 그 꽃들의 흔들림은 청초하면서도 왠지 가난해 보인다. 시인은 그래서 이 꽃에서 `잠들지 않는 가난의 땅`을 보기도 하고, 거기 말없이 `무더기`로 모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친 모습과 그들이 걸어가야 할 `먼길`을 떠올리기도 하는 것일까.
(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