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새누리당 공천이 총선 20여 일을 앞두고서야 겨우 마무리되었다.
지역에서는 공천에서 탈락한 후 백의종군하겠다던 이인기 의원이 전략공천자가 발표되자 낙하산 공천에 반대하며 재심을 요청하는 등 불출마 선언을 번복했고, 5년 전의 발언이 문제가 돼 거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며 공천 취소의 날벼락을 맞은 석호익 후보는 무소속으로 정면승부 하겠다는 출마 의지를 밝혔다. 급기야 이완영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이 어부지리로 성주, 고령, 칠곡 지역구 전략공천자로 확정됐다.
선거울타리 안에서 함께 울고 웃던 지역구 당원 등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둔갑해 서로 으르렁거려야 할 판이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반전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군민들은 혼란스럽다. 예비후보 등록 후 신발이 닳도록 다녀야 할 후보가 지역구는 제쳐두고 서울에서 공천에만 목매는 모습이 유권자의 입장에선 답답하고 화가 난다. 이는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새누리당의 텃밭지역 필승이라는 오만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는 유권자들의 의지와 전혀 관계없는 전략공천이다. 예비후보 등록도 없이 평소 지역민들과 면식도 잘 없던 사람이 당의 공천을 받고 갑자기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지역구를 누비고 다닌다면 유권자들은 황당할 따름이다. 이 또한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새누리당의 안하무인격인 처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후보자 공천과정을 보면 상향식 공천을 지향하며 공심위가 사전여론조사와 결선여론조사 등의 다양한 과정을 통해 지역민의 여론을 최종적으로 반영해 내린 결과가 하루아침에 뒤집어지고, 아무리 도덕성을 강조하는 보수정당이라도 절차와 과정이 무시된 채 들끓는 여론과 비대위원의 말 한마디에 손바닥 뒤집는 듯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며 과연 지역민은 안중에나 있는지 묻고 싶다.
선거혁신을 외치며 정치가 발전해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총선 때만 되면 늘 유권자가 무시되고 있다. 이는 유권자 스스로의 자업자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물과 능력으로 후보자를 판단하고 제시한 공약과 당선 후 이행상태를 평가하는 현명한 유권자 의식을 가졌다면 이러한 수모는 겪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곧 선거체제로 들어간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보고 평가할 겨를도 없이 후보자는 정신없이 뛸 것이고 유권자는 선택의 과정을 겪게 된다.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의 더욱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당 우위보다는 인물 중심의 평가가 절실하다. 그래야만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사라지고 유권자들의 의사와 상관없는 결정이 일어나지 않으며, 지역민이 무시되거나 텃밭이라는 용어가 없어지고 정치를 지향하는 후보자는 유권자인 지역민만 바라보며 4년 동안 준비하는 과정이 정착될 것이다. 당선 후에도 지역구와 유권자를 늘 주인으로 섬길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선거혁신을 이룩하자. 유권자가 똑똑해야 지역과 나라가 산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