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가 되면 용암면 선송리 마을회관에는 어르신들이 책가방을 짊어지고 모여든다. 이들은 함께 저녁식사를 해 먹은 뒤 하루의 피로를 풀고자 한웅큼 이야기 보따리를 꺼내놓는다. 그러다 7시가 되면 삼삼오오 책상 앞으로 모여 한문 공책을 꺼내들고 2시간 동안 수업에 임한다. 지난 2월부터 이곳 선송리 마을회관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한문교실이 무료로 매일 열리고 있다. 수업을 주관한 이는 바로 지난해 가을 고향에 다시 발을 내디딘 장호욱 씨다. 장 씨는 만학도로 졸업해 고향분들에게 한문을 가르치며 또 다른 삶을 펼쳐내고 있다. 이에 기자는 장 씨를 직접 만나 한문교실을 열게 된 계기와 그동안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현재 하고 있는 일과 한문교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이들을 모두 키우고 홀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아이들 교육 등의 문제로 대구에서 지냈지만, 나이가 들다보니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문교실의 경우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대학까지 졸업하면서 나의 재능을 고향사람들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열게 됐다. 또 예전부터 교육의 꿈이 있었기 때문에 그 꿈을 늦게나마 이루고자 시작하게 됐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이곳에 머물며 고향분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가고 싶다. -수업은 언제,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올 1월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자소학을 가르쳤다. 그러다 2월부터는 한문까지 넓혀 이제는 저녁 6시면 20명의 주민들이 자연스레 마을회관에 모여들고 있다. 6시부터 함께 저녁을 해먹고 댄스, 노래교실 등을 자연스레 하고 나면, 7시부터는 모두가 학생의 자세로 수업에 임해 2시간가량 한문 교육을 받게 된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공부이지만, 한문교실로 인해 모든 어르신들이 새롭게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에 많은 즐거움을 느끼시는 것 같다. 아직 기초단계이지만, 모든 어르신들이 꾸준히 한문을 익히고 공부해나가면 좋겠다. -한문의 매력은? 한글이 한문에서 비롯된 만큼 한문을 모르고서는 한글의 깊이를 알 수 없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이 한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한글의 진정성과 깊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한문을 아는 것이 꼭 필요하다. 또 한문 속에 내포된 뜻과 의미를 알면 더욱 한문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한문은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인생의 나침반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점점 잊혀져가는 한문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더욱 힘쓰고 싶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걸로 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대구향교에서 오랫동안 명리학, 역학 등 다양한 공부를 해왔다. 특히 젊은 시절부터 지도자를 꿈꿔왔기에, 그 꿈을 늦게라도 이루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지식을 쌓는 것은 나의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또 학업의 완성이 없는 만큼 제자리에 머물러있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지식을 쌓아 고향분들에게 베풀고 싶다. 아직도 학업의 배가 고프고 걸어갈 길이 너무도 멀기에, 공부의 끈은 놓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이 끈을 선송리 주민들과 함께 이어나가고 싶다. -인생의 좌우명은? `남에게 덕 되는 삶을 살자` 이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나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사는 것이 나의 목표이자 꿈이다. 돈이 많아 좋은 곳에 살고 좋은 것을 먹으며 노후를 보내는 것이 모든 이들의 꿈이겠지만, 나는 이제 마음을 깨끗이 비웠다. 비록 지금 홀로 귀향해 친척집에 머물러 있지만, 나의 재능을 고향분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앞으로 좌우명처럼, 남은 여생동안 내가 가진 많은 것들을 베풀고 나누며 남에게 덕 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 하고 싶은 말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고향분들에게 나의 재능을 마음껏 나눠주고 싶다. 또한 한문교실이 지속돼 함께 교육열을 불태우고 지식을 쌓아 모든 주민들이 한문을 일깨울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 지금처럼 많은 분들이 잘 따라와주셔서 감사 드리고, 앞으로 더 발전하고 모든 주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화합되는 선송리를 만들어가고 싶다.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시고, 한문교실에 더욱 관심 가져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나를 믿고 묵묵히 지원해준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프로필 △53년 용암면 출생 △한의대 한문학과 졸업 △성균관대 실천예절지도사자격 △칠곡문화원 맹자 강의 △아내, 2녀1남
최종편집:2025-05-01 오후 03: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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