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발사가 있었다. 어느 날 교구 목사가 찾아와 이발을 했다. 이발사는 요금을 내려는 목사에게 "그냥 가십시오. 하나님께 봉사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하며 사양했다. 목사는 고마운 마음에 자기의 설교집 몇 권을 가게 문 앞에 놓고 갔다. 며칠 후에 또 동네 파출소의 경찰이 머리를 깎으러 왔다. 이번에도 이발사는 "지역을 위해 봉사했다고 생각하겠습니다"라며 요금 받기를 사양했다. 그 경찰은 다음 날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도너스 한 상자를 문 앞에 놓고 갔다. 그리고 며칠 후에 국회의원이 이발을 하러 왔다. 역시 이발사는 요금을 내려는 국회의원에게 "국가를 위해서 봉사했다고 생각하겠습니다"며 요금 받기를 사양했다. 국회의원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갔다. 그 다음 날 이발소 앞에는 국회의원들이 줄을 서더란다. 그들에게는 국회에서 쌍욕을 해도, 공중부양을 해도, 기물을 파손해도 쇠고랑을 차지 않는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이라는 것이 있다. 이제는 하루만 금배지를 달아도 죽을 때까지 120만원의 연금을 받도록 만장일치로 헌정회육성법이라는 것을 통과시켜, 수천억대의 재산을 가진 자에게도 주기로 되어 있다. 그들이 지역구민에게 경조비를 내면 받은 사람이 천문학적 배수의 벌금형을 받는 반면, 일반인이 정치인에게 내는 후원금은 전액 세액을 공제해주는 훈훈한 법도 제정해놓았다. 장애인도 아닌데 7명씩이나 가방을 들고 다니는 보좌관을 두게 하고 그 월급은 국가에서 지급한다(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스웨덴은 보좌관 제도조차 없는데도). 여행할 때는 기차표와 비즈니스석 항공권이 제공되며, 자동차의 휘발유 값 역시 지원된다. 이 밖에 그들이 누리는 특권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래서 정치가를 존경하기는커녕 비웃고 혐오하는 세태에, 맘대로 300석으로나 자리를 늘여놓고 진흙탕의 싸움판에 뛰어들려 하는 것인가? 이런 국회의원 한 사람 나왔으면! "국회의원 숫자 확 줄여서 그 예산으로 독거노인, 노숙자 급식비로 전용하자." "자비로 국회의원 활동하는 것 아니니 연금은 거부하겠다." "복지보다는 통일이 우선 되어야 한다." 이렇게 부르짖는 신선하고 양심적이고 용감한 국회의원 한 사람 나왔으면! "1986년 그때 기자는 연합뉴스 정치부 기자로 국회 야당인 신민당을 취재하고 있었다. 신민당 총재는 이민우. 김영삼·김대중은 당 고문이었다. 국회의원은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요지를 미리 제출하도록 되어있었다. 사전검열이 목적이었다. 전두환 정권이 대단한 힘을 발휘한 때였다. 여의도 정가에는 신민당의 유성환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국시 관련 발언을 한다고 소문이 나있었다. 안기부를 비롯해 국회를 출입하던 보안사, 경찰 정보요원은 물론 신민당에서도 유 의원 대정부질문 원고를 미리 받아 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는 5?16 구데타 `혁명공약`에 나타난 국시가 반공이 아닌 통일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반공을 국시의 제1의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 그친 반공태세를 재정비 강화한다"고 했고, 모두가 대한민국의 국시는 반공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그 반공이 국시가 아니라 통일이 국시여야 한다니, 이는 군사독재정권 담당자들이 들으면 기겁을 할 일이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유 의원은 분명한 `빨갱이`였다. 민정당은 여러 경로로 유 의원을 설득했지만 강골의 유 의원은 이를 그대로 밀고 나갔다. 10시부터 국회 본회의가 시작됐다. 민정당은 신민당 측에 계속 압력을 넣었다. 그 발언을 하면 그냥 놔두지 않겠다는 요지였다.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시작되고 유성환 의원이 단상에 올랐다. 중간쯤 읽어 내려가다 문제가 된 부분이 나오자 민정당 의석에서 "야, 집어치워!" "빨갱이야!" 등의 야유가 튀어나왔고, 이재형 국회의장은 소란 속에 정회를 선포했다… 정부 여당은 유 의원이 발언 전에 기자실에 대정부질문 원고를 배포한 것은 `면책특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그를 반공법으로 기소하려 했다. 그러나 국회 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없이 국회의원을 체포할 수 없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유 의원을 구속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세웠다… 그날 이후 국회에서 여야는 며칠간 대치했다. 야당 의원들은 의장실을 점거하고 농성했다. 국회의원 구속동의안은 정부에서 국회로 이송되면 48시간 내에 처리되어야 한다. 만료 2시간 전인 밤 10시 갑자기 국회에 전경 수백 명이 들이닥쳐 국회본관 로텐더홀을 인의 장막으로 가로막았다. 민정당 의원은 예결의 회의장에 뒷문으로 들어가 10여 분만에 날치기로 통과시켰다(10월 16일). 잠시 후 유 의원이 방배동 자택에서 검찰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 의원은 그 후 오랜 시간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본회의 발언 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행위에 대해 면책특권을 인정한 것이다…"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보다 통일이어야 한다." 반공을 국시의 제1의로 삼는다면서 혁명을 일으킨 서슬 시퍼런 군사정권 앞에 그야말로 코페르니쿠스적 발언이었다. 그런 대담한 용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그것은 3?1독립선언서에 여러 차례 언급되었던 `민족 양심`의 외침이었다. 외세에 의한 분단 이래 우리 모두의 염원이었던 통일, 그런데 점점 잊혀가고 있는 통일의 꿈, 이 통일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해야한다고 용감하게 외치는 그런 신선하고 양심적이고 매력 있는 국회의원 또 한 사람 나왔으면!(2012. 4. 9)
최종편집:2025-05-22 오후 05: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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