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패러다임의 물결이 교육 현장을 뒤덮고, 학교 현장은 8판 시리즈로 회자되고 있다. 지난 10월 중등 장학 과정 연수를 받으며 『21세기를 위한 학교와 사회』(니일 포스트맨)라는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좋은 학교의 개념은 일반적으로 학생과 교사의 사랑과 정열이 어우러져 좋은 교육 환경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공동체이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의 통념은 특히 중등학교의 경우 일류 학교에 많이 진학시키는 학교를 말한다. “생산 공장도 연구 기관도 아닌데, 늦은 밤 밝게 켜진 학교의 불빛을 바라보며, 자전의 5만 자 중 가장 좋은 한 글자를 고르라면 학(學) 자를 고르겠다.”는 안병욱 선생의 글을 생각한다. 우리가 맞이할 21세기란 단순한 연대적 미래가 아니며 우리의 현실적 삶에 있어 먼 훗날의 상황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흔히 언급하는 정보화, 세계화의 의미는 가치관과 지식관이 근대적 기준에서 초근대적 기준으로, 삶의 반경에 대한 관념이 지역 중심의 공간 개념에서 정보 중심의 네트워크 개념으로 전환되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IMF 관리 체제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 놓여지게 되었고 그 원인을 여러 각도에서 논의 분석하고 환란 책임을 묻는 청문회도 열린다고 하니 전문가의 손에 의하여 가려질 것이나,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 세 쌍둥이 사치, 낭비, 퇴폐 풍조는 교육을 잘못시킨 선생님의 탓도 많은 것 같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의 논설(1998. 4. 15)은 한국이 IMF 관리 체제라는 불행을 겪게 된 원인을 암기식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한 사회 지도층이 국가 경영에서 능력상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하였다고 하니 수년을 교직에 몸담은 교사들은 그 원인을 제공하는 꼴이 되었고 그러니 늙은 교원은 퇴출되어야 하나 보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교육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S대도 세계 대학 평가의 몇 백 등위에 들었다고 하니 우리 교육이 허상을 쫓아 얼마나 한심한 교육을 했는가? 교육 부문에도 시장의 개념과 경쟁의 논리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활발히 대두되면서 교육이 흔들리고 학교가 요동한다. 시장 논리에 따른 경쟁 체제를 도입하면 교육 서비스는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사고가 설득력을 지닐 법도 하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 교육 체제하에서는 교육 서비스의 질을 경쟁시킬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할 권리도 없고, 학생이 교사의 수업을 선택할 수도 없으며, 교사가 자신의 교육관을 실천해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시장 논리에 따른 교육의 질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이제까지의 인문 편중의 대학 입시 위주 교육 체제는 일부 소수 엘리트 교육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국민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실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것저것 조금씩 알면서 특출하게 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도록 만드는 교육, 이것저것 다 잘하기를 강요하다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교육을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식의 교육을 개혁하지 못하고 미루어 오는 동안 IMF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문 편중 입시 위주의 체제가 개혁되고 학생들의 다양한 소질과 적성 및 개성이 계발되는 교육이 실천되어야 한다. 니일 포스트맨의 좋은 학교의 조건을 몇 가지 소개해 본다. “매일 학생들에게 시간을 강압적으로 배당하지 않고, 모든 학생이 똑같은 일을 일률적으로 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으며, 암기 및 독서 능력에 가치를 두는 일에서 탈피하여 문제점을 제기하여 문제 해결을 위해 몰두하도록 하는 탐구력을 지향시킨다. 모든 학생이 똑같은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며 자유롭게 학습 기회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학생의 활동이 진정 학생들 자신의 활동이 되게 하고 평가에 있어서는 꾸중보다는 칭찬을 해 주며 평가를 할 때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기계적인 것을 탈피하고 좀더 인간적이고 학생 개인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로 판단한다. 교사에게 어떠한 역할을 분담시킴에 있어서도 다양한 인간의 자질(재능)을 발휘하게 한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생을 목적으로 삼지 않고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경험을 하도록 하며, 학생들이 끊임없이 경쟁하지 않고 상호 협조하는 생활을 하도록 한다. 학교가 학생들의 미래에 대해서 도움을 주기 위해 지식 태도 기술을 가르칠 때 궁극적인 책임을 학생과 그들의 미래에 대한 교육에 둔다.”우리 한 번 되새겨 볼 글이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도덕적 해이는 사익 추구, 집단 이기주의, 불신을 초래하여 국가 신임도가 하락하면서 IMF 사태를 맞았다. 요즈음 학교가 판 타령에 무기력하게 흔들리고 개혁을 먼저 실천해야 할 교사가 개혁 대상으로 흔들리고 있으니 어찌할 것인가? 교원이 제자리에 서야 교육이 바로 서고 교육이 바로 서야 미래가 보인다고 한다면, 교육은 교원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나 스스로 학생 사랑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교육 따로 행동 따로 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성주통합고등학교 교장 제행명
최종편집:2024-05-14 오전 1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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