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시작한지 십 수년이 지났다.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일컫는 선거에 대한 인식과 행태는 민주시민의 올바른 권리행사라고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금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청도(淸道) 사태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청도 군수 재선거 이후 당선자의 선거운동원 2명이 자살하고 70여명이 구속 및 불구속 수사를 받게되자 전 주민이 죄의식에 괴로워하고 있으며, 돈 봉투를 받았던 주민들은 50배에 달하는 과태료 걱정에 잠 못 이루고 있다.
소싸움과 감으로 유명세를 더하던 전형적인 시골마을이 일순간에 인심이 흉흉하고 서로가 불신하는 형편없는 곳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올바른 길을 걸었다면 두 번에 족할 것을 다섯 번 째 선거를 치러야 할 처지를 자성하면서…
우리도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선거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재작년에는 지방선거, 작년에는 조합장 선거와 연말 대선, 올해는 4월초 총선을 앞두고 각 기관의 이사장과 이·감사 선거가 한창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는 후유증 없이 잘 넘겼지만 과연 청도 사태를 비웃을 만큼 떳떳한가? 일부 물증이 드러나 법적 제재를 받은 전력도 있는가 하면 물증은 없지만 모 선거에서 당선되려면 5억, 10억원을 써야한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물며 최근 이사장, 이·감사 선거 등에서도 연고와 세 불리기, 금권이 판친다는 소문이 무성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거판은 그릇이 모자라도 돈 많은 자가 득세하게 되고, 능력이 출중해도 돈 없으면 발탁되기 어렵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온다. 잔머리 굴리는 것도 해본 자가 더 잘한다. 본전 생각나 대가성 일 처리, 수뢰를 일삼는 등 매사 돈으로 해결하려고 달려드니 일이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지역사회가 소박하고 빈한한 농촌정서를 간직하고 있어도 미래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대쪽같은 선비정신이 이 사회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하는 이 정신영역도 삐뚤어진 퇴행적 권리행사나 몰 인식으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청도가 겪고 있는 고통이 역사적전통과 정신문화자산이 우리만 못해서이겠는가. 청도(淸道) 사태의 교훈을 가슴깊이 간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