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다 보면, 사람들에게 밟혀 고름 질질 흘리면서도 끝
내 길을 내주지 않는 소나무 뿌리, 거기서 뿜어 올리는 푸름.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숨 고르는데, 바위 틈새에 뿌리내린 채,
붉게 그을린 허리 구부리며 수십 년을 살아온 소나무, 짠한 향내.
저기 벼랑 끝, 반 뼘도 안 되는 좌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빼빼 마른 늙은 소나무
조선의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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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솔은 붉다. 그리고 솔잎은 푸르다. 보색대비에 가까운 색
들이 이루는 묘한 조화가 보는 사람의 눈을 자극하기는커녕 마음
을 느긋하고 편하게 해 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조선솔밭에 가면 앉고 싶어지고 눕고 싶어지는 것은 아마 촘촘
히 햇살을 막아선 나무의 짙은 그늘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픈
사람의 묵은 병도 낫게 한다는 소나무의 숨이 뿜어내는 향내와
시원한 소리 때문일 것이다.
우리 머리 하늘을 떠받치며 치솟는 저 힘. 바위를 휘감고 껴안
는 뿌리가 저리 질기고도 모진데, 땅 속에만 얌전히 있을 수 있
겠는가. 솔을 바라보는 시인의 깊은 안목과 조선솔을 따라가며
그리는 묘사가 참 곱고도 질기다. 우리 겨레 역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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