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은 보안의 해로 기억될 만 하다.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바이러스로 인해 이제 보안은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그리고 가장 가까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님다`라는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신문 제작을 못했던 모언론사, 고객 데이타베이스를 상실해 망연자실해 했던 전자상거래 업체 및 대기업들이 보면서 보안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의 생활화로 정보 금융 상거래 등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PC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뤄지다 보니 개인 및 회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안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 국내 보안 시장의 흐름
국내 보안 시장의 확대는 공공 부문 즉 정부의 정책에 의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 초기에는 국내 제품으로 V3백신과 방화벽 정도가 나와 있었을 뿐 외국업체들의 제품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99년 국가정보원을 비롯 정부기관들이 침입차단시스템(방화벽) 수요를 늘리면서 국내 보안업체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외국업체들이 소스 코드 공개를 기피하자 국내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반사이익을 보게 된 것. 최근에도 침입탐지시스템(IDS) 분야에 대한 K4인증, 정보통신보호기반법의 시행 등 정보보호 시장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외산업체의 아성이던 민간 시장 공략도 꾸준히 진행돼 왔다. 바이러스와 해킹 등 정보화 역기능으로 국내 개인 및 민간기업들의 인식이 달라져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하자 국내 업체들의 진입이 쉬워진 것. 게다가 IMF를 거치면서 대기업의 우수인력을 수혈 받아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게 된 것도 민간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외산업체와의 경쟁을 가능하게 했다.
물론 보안은 믿을만한 곳, 국내 기업이 맡겨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된 것도 국내 업체들의 자리매김에 큰 힘이 됐다. 하우리 권석철 사장은 "외부인에게 내 집 열쇠를 맡기지 않는 것이 보안산업의 특성"이라며 "특히 국내의 경우 이런 의식이 매우 강하다"고 설명했다.
◆ 성장하는 보안시장
보안시장의 성장성을 의심하는 이는 찾기 힘들다. 실제로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 바이러스와 해킹 피해 급증에 따른 인식 변화는 보안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또한 금융권이나 전자상거래업체 등 인터넷기업들이 이익 실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보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깨달은 것도 보안시장의 전망을 밝게 한다. IT인프라의 고도화, 초고속 인터넷의 생활화는 보안시장 성장과 맞물려 있다는 것.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세계 정보보호 산업의 규모는 1999년 약 40억 달러였으나 연평균 23% 가량 성장해 2004년에는 약 112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아시아 시장은 인터넷 시장의 급성장(40%)에 힙입어 인터넷관련 보안 제품도 연 40% 이상의 큰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정보보호시장은 올해 정착기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3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부도 올해 국내 정보보호 시장은 전년대비 113% 성장한 3300억원, 2002년에도 전년대비 100% 이상 성장한 7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철수 연구소 관계자는 "보안 산업은 인프라 후행 산업 즉, 보안 문제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한 후에 고려하는 사항"이라며 "지난 2~3년간 국내 인프라가 많이 구축돼 왔기 때문에 향후 보안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김희연 연구원도 "정보통신보호기반법 등 정부의 지원, IT인프라 발전에 비해 여전히 낮은 국내업체들의 보안 설비 등을 감안할 때 국내 보안수요의 잠재력은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 향후 보안 시장은
보안은 이제 e-비즈니스의 핵심산업을 부상, 정보보호산업으로 불리게 될 전망이다.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해킹 바이러스 등 역기능의 급증과 전자상거래, 인터넷 뱅킹, 인터넷에 기반한 신산업의 출현으로 정보보호는 e-비즈니스 시대의 핵심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정보보호 산업 육성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이나 IDS에 대한 K4 인증이 좋은 예.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됨에 따라 제품 중심의 보안시장은 통합보안솔루션 중심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이미 시장은 단품 위주의 솔루션 시장에서 통합보안서비스 시장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상황. 기존 업체들은 제품 다양화 및 컨설팅 사업 강화에 나서는 한편 동종 및 이종 업체와의 연합 및 제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합보안서비스시장으로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보호, 시스템보호, 암호화 제품, 바이러스 백신제품, 보안관제 등 보안시스템 전반에 걸친 통합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김희연 연구원은 "향후 보안시장은 솔루션 공급 위주의 시장에서 벗어나 컨설팅-솔루션제공-보안관제서비스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정보보호서비스업체를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2001/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