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사랑만이
불모의 땅을 갈아엎고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줄 안다
그리고 가실을 끝낸 들에서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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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으므로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다는 것은 진리이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에 이르는 길은 자신에서 출발하여 마침내 자신에로 돌아오는 데 있지만, 그 길은 언제나 사람 가운데 있다. 이 경로를 생략한 사랑을 나는 잘 믿지 않는다. 말로써 사랑을 만드는 사람을 믿을 수 없듯이.
스스로의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 사과 열리면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아는 인간의 사랑만이, 자신을 비워 그 자리에 사람들이 들어앉을 자리를 만들고, 사람의 얼굴을 한 사랑을 만드는 것이다.
김남주 시인은 그렇게, 뜨겁게 살다 간 시인이다.
- 배창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