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나를 가르치며
잘못 가르친 것 한 가지
일꾼에게 궂은 일 시켜놓고
봐라
공부 안 하면 어떻게 되나
저렇게 된다
똥지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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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지게는 똥장군을 진다는 뜻일 게다. 조금 고상한 말로 인분(人糞)이라고 하고 그냥 하
는 말로 똥지게라 하지만, 우리 선대의 조상들이 대부분이 농민이었고, 양반으로 나서 글만 읽은 사람이라면 모르되 농사일 하면서 똥지게 안 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농사일이 어렵고 고생임을 보면서 자라는 아이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하는 말치고는 상당히 위협적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펜대 굴리는 직장을 구해서 자식 고생 덜 시키려는 것이 부모된 사람들의 희망이고 욕심이었겠지만, 결국 모두가 그리 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리 된다면 잠시도 이 사회가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그 `똥지게`가 우리 모두를 지금껏 먹여 살리고 오늘날 이만큼이나마 살게 한 거름이 됐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가.
펜대 굴리는 일이 몸 고생은 덜 할 지 모르지만 마음 고생은 덜하지 않다는 것을 시인은 뒤늦게 깨달은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전국의 교실과 TV에서 여전히 똥지게로 표현되는 육체노동에 대한 천박한 인식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봐라, 공부 안 하면 남보다 편하게 못 산다"
이 말의 진실성은 새로 의심해 봐야겠지만, 다수의 아이들을 입시 전장터로 몰아넣고 패
배의 그늘을 지우는 이 위협적임 말이, 아이들을 얕고 가볍게 만들뿐 아니라 우리 공동체를 해체시키고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실이다.
( 배창환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