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꿈꾸는 이상사회를 16세기 영국의 정치 사상가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Utopia)라고 명명했다. Utopia는 그리스어 두 단어를 합해서 만든 것인데 그 뜻이 이중적이다. Topia는 `장소`라는 분명한 뜻을 갖지만 U는 그 뜻이 모호하다. 그리스어에서 eu[유]는 `좋다`는 뜻이고, ou[우]는 `아니`라는 뜻인데, e와 o를 빼고 `U-topia`라고 하면 `좋기는 하나 세상에 없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상적인 정치공동체`, `이상향`으로 사용되어 왔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라파엘 히슬러디라는 선원으로부터 이상향 유토피아의 제도·풍속 등을 들은 것을 기록한 형식으로 이상사회를 묘사한 작품인데, 간접적으로는 당시의 유럽, 특히 영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였다.  당대 영국의 왜곡된 사회·경제생활을 꼬집으면서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가상 국가를 그려낸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 그는 가장 큰 사회악을 사유재산 제도라고 보았으며,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완전히 제거해야 착취와 적대계급들 간의 이해관계가 해소된다고 주장했다.  이성에 의해 정책과 제도가 전적으로 지배받고 있는 이교도 유토피아의 질서와 위엄은 자기 이익과 권력 및 부에 대한 탐욕으로 분열된 유럽 그리스도교 국가의 비이성적인 정책과는 눈에 띄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사회에서는 전 시민이 교대로 농경에 종사하는데 노동시간은 6시간, 여가는 교양시간으로 돌리며, 필요한 물품은 시장의 창고에서 자유로이 꺼내 쓸 수 있다. 그 내용은 여러 가지지만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으며 종교적 관용·평화주의·남녀교육의 평등 등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빈둥거리며 시간을 허비할 짬은 물론이고 일을 회피할 핑계도 없다. 주막이나 술집 등 사람이 타락할 기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은 빈곤이나 사치를 비교하게 만드는 사유재산이 존재하지 않으며 누구나 안락한 삶을 영위하고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농업·노동·교육·재화 분배 등은 국가가 조직하고 관리한다. 종교적 다원주의와 남녀평등 사상이 옹호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체제 전체는 복종과 획일화를 요구하는 지극히 가부장적인 사회이다.  유토피아에 반대되는 말은 디스토피아(Dystopia)이다. `암흑향`이라고 번역되는 이 사회는 주로 전체주의적인 정부에 의해 억압받고 통제받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단어는 영국의 존 스튜어트 밀이 1865년 의회 연설에서 처음 쓴 말이다. 이것은 그리스어 dys(나쁜)와 topia가 결합한 단어로서 `나쁜 장소`를 가리킨다.  유토피아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므로 디스토피아는 `어두운 미래 또는 현실`이 된다. 1932년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1948년 조지 오웰의 `1984년`에 그려진,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도록 철저 하게 통제된 사회가 디스토피아다.  외부와 소통이 되지 않는 이 디스토피아의 세계 역시 애초에는 유토피아를 꿈꾼 사회였으니 결국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와 같은 뜻이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똑같이 폐쇄적 공동체인 까닭이다.  세상에 없는 장소인 유토피아의 개념을 현실에 끌어들인 것이 `오토피아(Oughtopia)`이다. 오토피아는 조영식 경희대 총장이 1979년 내놓은 책의 제목이다. Ought to be(마땅히 있어야 하는)와 topia의 합성어로 이상 속에만 존재하는 유토피아와는 달리 마땅히 존재해야하는 `당위적 사회`이다.  조영식 박사는 인류사회의 위기를 두 가지 층위로 나누어 진단했다. 먼저, 근대 이후 인류문명이 발전 과정에서 잘못된 방향을 잡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구의 르네상스 운동은 신본주의에서 벗어난 인본주의의 승리를 가져왔으나, 중세 정신문명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은 과학기술과 물질문명을 우상화하며 정신문화를 황폐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그러한 문명의 실패로 인해 현실생활 속에서 인류는 물질에 지배당하고, 인간 본연의 가치와 공동체 정신을 상실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성과와 효율에 치중하는 실용주의와 물질주의가 팽배해, 인류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이익, 지구공동체보다는 국가 이익만을 추구하는 약육강식의 반인간적 질서가 구축됐으며, 그에 따라 인류사회가 위기를 맞았다는 것 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토피아`는 그릇된 문명의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철학과 규범의 재정립, 그리고 과도한 물질주의에 의해 왜곡된 인간생활의 조직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제시된 5대 과제는 ①인간중심사회 건설 ②문화규범 정립 ③보편민주주의 확립 ④지구공동사회 구축 ⑤팍스 유엔(Pax UN) 구축 등이다. 1998년 UN 주최 `세계평화의 날` 17주년 기념식에서 조영식 박사가 제안해 만장일치로 채택된 `새천년을 위한 지구공동사회 대헌장` 내용이다. 여기서 팍스 로마나(Pax Romana)와 같은 일방적인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만국의 주권이 함께 모여 구현하는 UN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다.
최종편집:2025-06-16 오후 06:32:16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페이스북포스트인스타제보
PDF 지면보기
오늘 주간 월간
출향인소식
제호 : 성주신문주소 :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읍3길 15 사업자등록번호 : 510-81-11658 등록(발행)일자 : 2002년 1월 4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성고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45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최성고e-mail : sjnews1@naver.com
Tel : 054-933-5675 팩스 : 054-933-3161
Copyright 성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