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30분 미국 뉴멕시코주 앨러모고도 북쪽 사막에서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이 성공했다. 미국정부가 2차대전 중 비밀리에 추진한 암호명 `맨해튼 계획`의 결실이었다. 폭탄 이름은 트리니티(Trinity).  이 계획은 독일이 원자폭탄을 먼저 개발할 것을 우려한 아인슈타인이 1939년 8월 미국 과학자 질라드와 위그너의 권유로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낸 개발촉구 편지가 발단이 됐다.  1942년 9월 로스앨라모스 국립연구소에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시카고대의 엔리코 페르미를 중심으로 원폭개발을 위한 연구실·실험실·제조실이 건설됐으며, 1943년에는 영국 리버풀대의 핵물리학연구소장 도셉 롯블랫 박사 팀도 합류했다.  이 맨해튼 계획으로 제조된 무게 4.028kg, 길이 3m, 지름 0.72m, 위력 TNT 1만 5천톤(15킬로톤)의 일명 `리틀 보이`와 `팻 맨`으로 불리는 2개 원자폭탄은 실험이 성공한 다음달인 8월 6일과 9일에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되어 한 순간에 20여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두 도시를 거의 초토화시켰다.  미국의 핵 과학자인 헤커 박사는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15kt 급의 핵무기를 북한이 지금 1년 전보다 2개 늘어난 12개를 갖고 있다고 추정한다. 6개는 플로토늄, 6개는 우라늄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우라늄 매장량이 비공식 세계 1위이다. 우라늄 농축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핵무기가 무섭게 늘어날 수 있다. 2014년 국방백서엔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상당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5kt의 원자폭탄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193km 떨어진 원격 감시장치로 그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기겁을 했다. 그것이 폭발할 때의 섬광은 태양 광도의 1000배나 되며, 반지름 730m 안에 있는 주변 사막의 모래는 완전히 녹아버렸다.  실험이 끝난 다음에 상하양원 합동회의에서 이에 대한 보고회가 있었다. 그 원자탄을 만드는 데 총지휘를 했던 오펜하이머의 말을 듣고 있던 한 의원이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질문했다. "이 원자폭탄을 막을 무기는 없습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 오펜하이머는 입을 열었다. "있습니다." 의원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물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는 말했다. "그것은 `평화`입니다. 평화만이 이 원자탄을 막을 수 있습니다."  평화! 평화의 힘은 핵보다 강하다. 평화 앞에서는 아무리 위력이 강한 핵이라도 무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새해를 맞아 전 세계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하면서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평화는 언제나 가능하며, 우리는 평화를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분단 70년을 맞는 해 벽두부터 남과 북이 꺼져가는 대화의 불씨를 살리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남측이 먼저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장관급회담을 제의했고, 북측은 김정은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고위급 접촉 재개와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미국은 남북대화가 이루어져 5·24조치가 해제되고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경우 대북압박 공조가 깨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이 신년휴가 중에 서둘러 북한의 소니 해킹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가하고 금융제재 등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남북대화 움직임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보는 견해가 많다.  미국의 대북전략은 한마디로 `전략적 인내`인데, 북한이 붕괴하기를 기다리는 것인지 자진해서 핵을 버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식으로 시간을 끌면 그 틈새에 북한은 결국 핵보유국이 되고 만다. 북한보다 1000배 이상의 위력을 가진 수십 메가톤(mt) 급의 핵을 9400기 이상이나 가지고 있는 미국에야 큰 위협이 안 되겠지만, 한국이나 일본에는 절대 위협이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대미안전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고 동북아 미국무기시장은 확장될 것이며, 북한을 빙자하는 중국 견제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북핵문제를 이대로 놔두고 한국에 MD(미사일 방어)를 팔아먹는 것이 이익일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미국의 `전략적 인내`의 민낯이라면 우리는 고민해 봐야 한다. 미사여구 뒤에 자국 이익만 챙기는 동맹국과 관성적으로 공조하는 것만이 우리의 살 길인가? 어떻게든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고 남과 북이 평화와 번영으로 함께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두 번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같은 일들이 미국의 지지를 받아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미국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확실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결과이다. 한국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남북의 문제는 남북당국의 문제이지 미국의 견제에 좌우될 문제는 아니다. 박 대통령도 연두기자회견에서 남북문제와 오바마 미국행정부의 대북견제조치와는 별개라고 했다.  시간은 남북한 어느 편도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두가 손해다. 1894년 갑오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갑오년 · 을미년 · 병신년에 빗대, "갑오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거리다가 병신되면 못 가리"라는 노래가 있었다고 한다. 분단 70년인 을미년 올해 남북화해를 하지 못하고 미적거리면 내년부터는 진짜 국제적 병신, 민족사의 병신이 되고 말 것이다. 평화만이 살 길이다. 핵보다 강한 무기는 오직 평화다. (2015.01.19.)
최종편집:2025-06-16 오후 02: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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