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9호에서 이어집니다.)  그 옛날 성밖숲 모래밭에 외할머니 아버지께서 농사를 지으셨습니다. 그때는 바다처럼 넓은 모래벌이 이천냇가에 펼쳐져 있었는데 모래가 햇살에 달구어져 맨발로 걸으면 팔짝팔짝 뛰어야 했습니다. 한발씩 바꾸어 디디지 않으면 발바닥이 타는 듯 뜨거웠기 때문입니다.  금모래가 노을에 보석처럼 빛나서 금모래만 골라 모우기도 했습니다. 금모래가 손에 묻으면 손이 황금처럼 빛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래와 자갈들이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백사장엔 군데군데 깊은 웅덩이가 상처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 후 홍수가 나면 미친 황토 물에 초가지붕도 돼지도 소도 심지어 사람도 떠내려 왔는데...  지금은 방천 둑에 구절초와 들꽃들이 끝없이 피고요, 많은 사람들의 산책길이 되었답니다. 멀리서도 사진작가들이 성밖숲 자연을 찍으려고 몰려 오구요.  "할머니, 이 꽃은 뭐야? 참 예쁘다"  하윤이가 살포시 앉아 신기하게 바라보는 꽃이 있습니다. 둑 가에 하얗게 핀, 철지난 아기별꽃 입니다.  "할머니 별 같다 하얀 별"  "그래 이 꽃 이름은 아기별꽃이야, 꼭 하윤이 닮았지?"  "너무 너무 예쁘다. 왜 아기별꽃이에요?"  할머니는 왜 아기별꽃인지 몰랐습니다. 별처럼 생겨서?, 아기처럼 작아서 별꽃인가?  "할머니가 집에 가서 이야기 해 줄게"  "지금 해줘!"  "이야기가 길어요. 집에 가서 하자 하윤이 착하지?"  하윤이는 궁금했지만 금방 단념하면서  "외할머니 아기별꽃 캐 가면 안 돼?"  "왜 안 돼 우리 집에 심자"  하얀 아기별꽃을 다치지 않도록 흙을 깊이 파서 하윤이와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할머니, 아기별꽃 이야기 해주세요!"  저녁을 먹자마자 하윤이는 할머니에게 참았던 아기별꽃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하윤아! 할아버지께 해 달라고 하면 안 될까?"  할머니는 아기별꽃 이야기를 미루십니다.  "할아버지, 아기별꽃 이야기 아세요?"  할아버지는 난처한 듯 할머니 얼굴을 바라만 보십니다.  "그래, 아기별꽃 이야기 들려줄게, 할머니 무릎 베고 누워봐"  하윤이는 기대감에 눈빛을 반짝이며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웠습니다.  이 꽃 이름은 원래 넓적이였어. 넓적하고 못생겨서 그 엄마 꽃이 붙여준 이름이야. 넓적이 꽃은 엄마가 붙여준 이름이라 소중하게 생각했어. 넓적이의 형제는 너무 많았지. 넓적이 꽃은 막내라 엄마를 차지하기가 어려웠어, 언제나 형들이 다 먹고 난 젖을 먹곤 했지. 그래도 넓적이 꽃은 투정부리지 않고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감사하게 엄마의 줄어든 지지를 먹었어, 엄마의 품에 안겨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거든.  그런데 무척이나 추웠던 어느 겨울날 넓적이 엄마가 무더운 여름에 얻은 병으로 그만 죽고 말았어.  그 후 넓적이는 배가 고파 잠만 잤단다, 잠이 들면 꿈속에서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올라 봉창이 밝은 집으로 날아가곤 했단다. 그 집에는 고운 색시가 늘 혼자 외롭게 잠을 자고 있었어.  넓적이는 그 색시의 이불속으로 들어가 엄마의 냄새를 그리워하며 지지를 먹었단다. 지지를 배불리 먹고 나면 집으로 날아왔다가 잠이 들면 자기도 모르게 또 날아가 색시의 이불속으로 들어가서 지지를 먹곤 했지.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넓적이는 새댁집 앞마당 화단에 집을 짓고 살게 되었데. 새댁의 남편은 야간경비를 서는 사람이라 밤이면 새댁 혼자 외롭게 지냈어.  어느 날 밤에 새댁 방에 들어가니 남편이 함께 누워 있는 거야. 밤새도록 기다려도 남편은 나가지 않더래, 몇 밤을 지난 후에야 남편이 실직한 것을 알게 됐어. 넓적이는 화도 나고 새댁의 따뜻한 품이 그립기도하고 배도 고파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지.  그리고 하늘을 향해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렸어. `하나님 새댁 남편이 회사 나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언제쯤이면 남편이 나갈까 목을 빼고 빼다가 넓적이는 그만 목이 가느다랗게 길어졌어. 넓은 얼굴이 가냘프게 점점 야위어져 갔단다.  `별아 별아` 언제쯤 새댁 방에서 지지를 먹을 수 있을까, 별을 처다 보며 한없이 한 없이 울었어. 울고 또 울다 보니 얼굴이 별처럼 뾰족뾰족하게 되어버렸데. 하늘에 있는 별들도 넓적이가 자기들을 닮았다고 하늘에서 내려와 함께 놀았단다. 아직 지지를 먹는 아기였기 때문에 하늘에서 내려온 별 친구들이 `아기별꽃` 이라 이름을 붙여 주었데.  하윤이의 눈에는 어느새 하늘에서 별이 내려와 아기별꽃 옆에서 소곤거리는 것이 보입니다. 오늘밤에는 외할머니의 지지를 만지며 자야지... 할머니의 젖가슴에 손을 넣으며 아기별꽃이 가엽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할머니께서  "작은시 왔다!"고 고함을 치며 겨드랑이를 간지러 그만 꿈도 잠도 다 깨고 말았답니다. (끝)
최종편집:2025-06-16 오후 03: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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