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조합장선거에서 돈 때문에 낙선했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돈이 없어서 남들이 선거에서 쓰는 돈 바라만 봤어요. 해가 뜨고 나면 동네마다 소문이 돌고는 했지요. 동네별로 친한 친구들이 전화와서 말을 하길 `자네 좀더 열심히 해야겠네. 집에 가만히 있어 가지고는 이대로는 선거에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렵네. 좀 더 열심히 활동을 해야겠어. 000는 아주 열심히 활동을 하던데, 어제도 이 동네 왔다가고 그 옆동네도 다녀갔다고 하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처음에는 이말 뜻을 잘 몰랐습니다. 활동을 나보고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인지 알고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등을 다니며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하고 큰절도 하며 발이 아플 정도로 동분서주하며 뛰어 다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 친구들이 말하길 "자네 좀더 열심히 해야겠네"라는 말을 남기며 알수 없는 듯한 이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술을 거나하게 한잔하고 친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자네 말대로 전보다 더 열심히 뛰는데도 별로 주민들의 반응이 썩 좋아지고 있지 않는거 같다네, 어떻게 하면 좋은가"라고 물었더니, 친구가 어렵게 말을 꺼내길 "이 답답한 친구야 상대후보는 동네별로 돈을 주고, 인사를 다니는데 자네는 진짜 악수만 하고 인사만 다니니 지지도가 오르겠나, 자네는 돈도 없고 해서 돈을 쓰라는 말을 차마 못하겠네"라고 하였습니다.
그때서야 경로당에 인사하러 갔을 때 인사하고 돌아서는 순간 뒤에서 들리는 나지막한 소리,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데 누가 찍어 주겠노"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아련히 났습니다. 그 순간 `아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선거는 종반에 접어 들었고 결국 끝이 났지요. 결국 저는 선거에서 예상대로 보기좋게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떨어질 것을 나만 몰랐지요. 다른 사람은 내가 떨어질 것을 다 알았는데 말입니다.
선거가 끝나고 나니 여기저기서 구체적인 금액까지 거론되며 "누구는 얼마를 썼고, 누구는 얼마를 썼다"라는 말들이 저에게도 아주 자세히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소리 듣고나서 너무나 분노가 치밀고 화가 나서 돈 받은 사람, 준 사람 모두 신고를 하고 싶었습니다. 돈써서 선거에 당선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선거전에 서로 그런 말도 했고, 후보자간 돈을 안쓰기로 약속도 했었지요.
그러나 그런 약속들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고 현실로 나타나게 된것입니다. 그것이 고스란히 돈 쓴 순서대로 등수가 정해진 것이지요. 그들을 신고하려고도 했지요. 그러나 어느 누구 단 한 사람도 저에게 그들이 누구에게 돈을 받았다고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선거시작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저도 느끼기에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는 느낌이 전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아마 그때 당시에 돈을 뿌린거 같았습니다. 선거전에는 조합장 선거에 출마할 사람 너밖에 없다고 출마하면 무조건 찍어줄테니 출마하라고 하더니, 언제부터인가 한순간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전 그때부터 1등은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놈의 돈 때문이죠. 저는 돈에 지고 선거에 졌습
니다.
"지역에서 인심을 잃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이웃과 잘 지내왔고 제가 이번에 나가서 깨끗하게 지역의 조합원들로부터 한표의 지지를 받아 농민을 위한 조합으로 한번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또 돈 선거가 나의 발목을 잡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조합장선거에 나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돈쓰고 나가서 당선된들 뭐하겠습니까? 돈주는 후보자도 문제지만 돈을 받으려고 요구하는 조합원들도 진짜 문제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후보자가 돈 주러 올때가 된 것을 알고 밤늦게 대문을 열어놓고 기다린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조합의 현실이며 조합원의 수준이지요."
조합장 선거에서 떨어진 한 낙선자와 면담을 통해 위와 같은 말을 들을 수가 있었다. 이번에는 조합장선거가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러진다.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수시로 치러지던 조합장선거를 한꺼번에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르는 것이기에 후보자 수도 많고 조합 수도 많아서 더욱 단속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3월 11일 선거 이후에 낙선자들을 만났을때 다시는 "돈이 밤새 얼마가 돌았다"라는 이런 말들이 안 들렸으면 하는 것이 나의 진정한 바램이다.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선관위에 근무하는 나로서는 모든 책임이 마치 우리에게 있는거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후보자들은 정정당당하게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를 걸고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조합원 또한 조합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번에는 돈쓰는 사람은 절대로 찍어주지 말자는 자정노력이 스스로 절실히 필요한 때가 왔다. 언제까지 돈받고 표를 팔 것인가? 공직선거는 어느 정도 예전보다는 훨씬 깨끗해졌다는 여론이 많다. 돈 선거도 거의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직 조합장선거에서 만큼은 돈 선거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과연 말할수 있을까? 제1회전국동시조합장선거, 이번 선거에서 만큼은 선거를 마치고 나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돈을 쓰고도 버젓이 당선되어서 조합장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없는 조합장선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