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사일방어(MD)핵심 요격수단인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종말단계 고고도영역 방어),이른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논란이 뜨겁다. 사드는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미사일 잡는 미사일`이다. 현재 미국이 텍사스에 2개 포대, 괌에 1개 포대를 배치해 운용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가 1개 포대를 구입해서 배치하고 있다.
지금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탄도미사일은 1000기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3분의2 이상이 사거리 700km, 고도 100km의 남한 공격용 스커드 미사일이다. 사거리 1300km의 노동 미사일을 발사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고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한반도 남단까지 미치도록 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북핵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은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구축해 왔다. 그 기본 개념은 북한 미사일이 근처까지 날아와 하강하는 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군은 종말단계 저층 방어용 미사일로 유효고도 20km 안팎인 PAC2 미사일을 확보중이고, 2016년에 고도 40km 가까운 PAC3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북핵 위협이 점증하면서 유효고도 150km의 사드 도입 문제가 대두되었다.
미사일 공격의 과정은 발사단계, 비상중간단계, 목표물을 향해 하강하는 종말단계로 나뉜다. 종말단계는 다시 고층·중층·저층으로 구분된다. 저층방어는 내려오는 미사일을 지상 20km 안팎에서 요격하는 것이다. 요격하는 기회가 한 번밖에 없는 셈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다층적 미사일 방어망 구축이다. 북한 미사일이 날아오면 먼저 고도 150km까지 날아가는 사드로 고층에서 1차 요격하고, 이것이 실패하면 PAC3가 저층에서 2차 요격하는 이중 방어로 요격 성공률을 높이자는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정교한 이중 방어망을 갖춘다 하더라도 1000기가 넘는 북한 미사일을 모두 막아 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로 달라지는 것은 핵무기 한 개가 우리 영토에 떨어지는 확률을 10분의1로 줄인다는 점이다. 놓치는 미사일이 생길 수 있다.
사드 배치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과연 유용한 방어무기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도 엇갈린다.
한반도처럼 좁은 지역에서 사드는 걸맞지 않는 과잉무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만일 북한이 전면전 기습공격을 감행한다면, 휴전선 근처 촘촘이 배치된 장사정포나 낮은 고도로 신속한 타격이 가능한 스커드 미사일 등이 있는데, 굳이 고고도 미사일을 쏠 개연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을 배치하게 되면 사드는 무의미해질 수 있다.
사드의 요격 능력도 검증된 적이 없다. 개발 단계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무기를 들여오는 데 드는 비용도 문제다. 사드 1개 포대를 구축하는 데 1~2조 원 가량이 든다. `대북한 미사일 방어무기`로 포장하고 나선 미국이 무상으로 배치할 리가 만무하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미·일 미사일방어(MD) 협력체제를 촉진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국이 북·중·러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이 3각 MD 체계에 편입되는 순간 한국은 중국을 겨누는 창이 된다. 탐지거리 1800km에 달하는 사드의 눈인 X-밴드레이더가 중국 내 군사동향
을 샅샅이 탐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가 현실화되는 경우 중국은 공언대로 `보복조처`를 취할 우려가 매우 높다. 우리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파고들어 무역규제조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현대적 의미의 안보는 단순히 군사무기 우위 확보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함은 물론, 한반도에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예방 차원의 안보까지 포함해서 총체적 포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사드 배치의 근본 원인은 북핵무기와 적대적 남북관계에 있다. 이 근본문제를 오직 첨단무기로 대응하겠다는 것이 사드 배치라는 발상이다. 이것은 싸움을 전제로 한 것인데 그보다 상책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길, 즉 남북관계의 개선에 있다. 위협 방지 수단을 갖는 것보다 위협 의사를 갖지 않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 남북협상을 통해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경우 사드배치의 명분도 자연히 약화될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남북간 화해와 협력은 불신과 대립의 소용돌이에 빠진 동북아에서 우리의 외교 공간을 넓혀 준다. 우리 기업에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며, 북한 비핵화 외교엔 힘을 보태 주고, 군비 확장을 환화시켜 줄 수도 있다.
미국이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반영해 유효성이 검증되니 않은 사드 배치를 서두른다 해도, 우리는 지금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핵무기 소형화가 성공한 것도 확실치 않은 가운데 사드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 아니라 좀더 시간을 두고 검토하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남북의 화해에 길이 있다. 길을 두고 뫼로 가지 말라! (2015.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