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도발한 동아시아 역사전쟁은 1982년에 시작되었다. 그해 일본 정부는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검정과정에서 집필자들에게 침략을 `진출`로, 탄압을 `진압`으로, 출병을 `파견`으로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이 명백한 역사왜곡에 한국과 중국이 격렬히 반박하며 외교분쟁이 일어났다. 역사전쟁은 `이웃 나라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며 교과서를 쓰겠다`는 미야자와 관방장관의 담화와 `근린제국조항`이란 검정기준이 신설되면서 일단락됐다. `가까운 이웃 나라의 근현대사를 다룰 때는 국제 이해와 국제 협조라는 견지에서 배려하도록 한다`고 약속한 것이다.  1993년 8월 4일,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은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담화에서 위안소 설치·운영과 위안부 모집에 정부와 군이 직간접으로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다.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의 종전 50주년 담화에는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 사실에 대한 사죄를 담고 있다. 이 핵심 표현은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종전 60주년 담화에도 고스란히 포함됐다.  그러나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이 출범하면서 역사인식이 급격히 악화됐다. 아베 총리는 이듬해 4월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며 무라야마 담화에 의문을 제기한 데 이어, 고노 담화마저 수정해야 하느니 정정하겠다고 했다.  미야자와 담화에서 한 약속을 헌신짝 같이 던져버리고 일본 문부성이 지난 4월 6일 공개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역사전쟁의 선전포고였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일본의 청소년들은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인데 한국이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식으로 배우게 된다. 이어 7일에 발표된 일본 외교청서도 독도 영유권 주장 이 반복됐다.  4월 22일,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반둥회의) 때 아베 총리는 과거사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식민지배와 침략이란 단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4월 28일, 미일정상회담의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 논조였다. 이는 미국도 한일 간 역사 문제를 현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일본에 확인해 주었음을 의미한다. 과거사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실종되려는 모양새다.  4월 29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면서 그의 스피치 거의 대부분은 미일 관계에 할애했다. 과거사에 대해서는 "우리의 행동으로 아시아 사람들이 고통을 당했다"며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으로 전후 역사를 직시했다"고 간단히 언급했을 뿐, 무라야마 담화나 고노 담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한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침략과 식민지배라는 표현은 없었다. 위안부 문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일본과의 전쟁에서 희생된 미국인들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어 애도를 표현하면서도, 일본 때문에 희생당한 이웃 나라 사람들에 대한 애도는 없었다. 그가 언급한 `깊은 후회`나 `깊은 반성`등 과거 참회는 미국을 향한 것뿐이었다.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안보 관련 법안을 꼭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열 차례나 기립박수를 받았다. 마치 양국이 지난 날의 진주만 공격이나 히로시마 원폭투하는 잊어버리고, 대한제국과 필리핀을 사이좋게 나눠먹은 가쓰라-태프트 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배신감을 금할 수 없다.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일제침략에 대해 사죄하지 않자, 5월 6일, 지구촌의 저명한 역사학자 187명이 아베 총리에게 군대위안부 문제에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정면으로 인정하고 사죄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학자들도 가만 있지 않았다. 5월 25일, 일본의 역사학 연구회 등 16개 역사 연구·교육 단체(소속학자 6,900명)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왜곡을 중단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반년 정도의 준비 기간 동안 `일치를 본 의견`을 모았다고 하면서 고노 담화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최근 연구에서는 위안부 피해자가 동원 과정 뿐 아니라 위안소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는 성노예 상태에 있었다는 것까지 드러났다"고 위안부 제도의 반인도성을 지적했다.  "위안부 등 역사문제는 역사가에게 맡겨야 한다." 누차 강조해 온 건 아베 총리 자신이다. 해외에 이어 자국 내 역사학자들마저 본인의 역사관을 비판하고 나섰으니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입만 열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주장하는데, 이런 관계가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 올바른 역사관과 과거사 청산이 전제되어야 함을 명심하라. 과거사 정리에 주목하는 까닭은 그것이 미래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규명해야 할 과거를 덮는다면 미래의 방향을 건설적으로 설정할 수 없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미국을 등에 업고 과거와 미래를 떼어 놓고 생각하려는 역사파괴적인 행태를 버리고 면면한 역사를 직시하라. 침략전쟁은 힘의 전쟁이었지만 역사전쟁은 진리의 전쟁이다. 진리를 거역하지 마라. 8?15 종전 70주년 담화에 기대를 건다. (2015.6.20)
최종편집:2025-08-14 오후 06: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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