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길
비탈 앞에 섰을 때
문득 오르고 싶은 나를 본다
꼭대기에 오르면
또 다른 어떤 세계가
구름 너머로 펼쳐질 것 같아
몇 번을 욕심낸 적도 있었다
지금껏 걸어온 삶의 길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
화분에 고운 꽃 피우듯이
귀한 존재의 꽃 피우는 거였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들
모두가 꽃으로 여겼음을
지금에서야 나는 고백한다
상상의 꽃밭에 사랑꽃 씨를 뿌려
누가 보지 않아도 물 주어 키워
이제는 그 꽃 달라는 사람에게
얼른 내어 주어야겠다
내가 애써 오르던 길들이
다 삶의 꽃밭이었으므로
꼭대기에 이르다 만난 길들은
비탈 아래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