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부부의 금슬이 좋아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반대로 결혼했으니 어쩔 수 없이 산다는 사람도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잘사는 부부의 수가 더 많을 것으로 안다. 남편이 직장이 없어 생활능력이 없는 사람, 술을 마시면 가정에서 폭력이나 휘두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연은 부부 간에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혼 초가 아니고 여러 해를 살고 난 다음 이런 일이 생기면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 문제는 또 다른 걱정거리다. 부부가 헤어지면서 자녀들을 고아원이나 보육원에다 맡기면, 그런 훼손된 가정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이미 고인이 된 내 동기생 K 박사 내외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잉꼬부부였다. 십여 년 전에 부인이 암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자 그 일을 슬퍼하던 남편 K 박사도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그가 사랑하는 부인을 따라가고 말았다. 비둘기는 일부일처제 정신이 강한 조류이다. 부부 비둘기가 잘 살다가 어느 한 쪽이 죽으면 나머지 한 마리도 혼자서 오래 살지 못하고 이내 죽고 만다. 우리는 그래서 이런 현상을 두고 비둘기 사랑이라고 하는 것이다. 비둘기란 짐승은 원래 조용하게 살며 싸울 줄을 모른다. 그래서 평화 애호가들을 비둘기파 인생이라고 하여 싸우기를 좋아하는 매파와 구별하기도 한다.
내 애제자 중에 영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있는 서정숙 박사라는 여성 학자가 있다. 언제 봐도 그녀의 성품은 비둘기처럼 부드럽고 유순하며 남편과의 사랑도 매우 돈독한 편이다. 남편은 부인이 자기한테 잘해준다고 하고, 부인은 남편이 자기에게 더 이상 잘할 수 없이 대해 준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서정숙 박사가 나에게 새해 인사를 올 때는 언제나 남편과 함께였다. 대좌하고 보면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눈빛은 그렇게 정감이 넘칠 수가 없다. 남편 전 박사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포항제철연구소 연구단장으로 일하는 중후한 학자이다. 그들의 딸도 연전에 서울대학교에 들어갔고 올해 졸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 부부는 잉꼬부부요, 그들의 가정은 홈 스위트 홈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이라는 것이다.
나는 친지들을 만나러 출타할 때나 주일날 교회에 갈 때는 자주 아내와 손을 잡고 다닌다. 어떤 때에는 뒤따라오는 생면부지의 사람이 어르신들이 그렇게 다니니까 참 보기 좋다고 말해 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우리 내외가 비둘기 사랑을 누리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다니는 더 큰 이유는 내 시력이 부진하여 계단 오르내리기를 잘 못한다던가 땅바닥에 고여 있는 물이나 장애물을 잘 보지 못해서이다. 어떻든 주변 사람에게 금슬이 좋은 할배와 할매라는 말을 듣는 일이 기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땅에 모든 부부들이여, 비둘기로부터 부부의 사랑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우기 바란다. 이혼을 생각해 본 부부들이여, 이혼하고 나면 더 불행해진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지난 20년 동안에 우리나라 황혼이혼율이 5배나 증가했다고 통계청이 발표하였다. 늙어서 무얼 바라고 하는 황혼이혼인지는 몰라도 독거노인들의 고독과 불행을 단 한번이라도 미리 생각해 본 일은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