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의 원산지는 인도라고 하며,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참외는 원래 더운 지방에서 일년 중 한 철에 한 번 수확하는 과채류 식물이다. 그런데 요즘은 초겨울부터 가을까지 계속해서 수확한다. 접붙임과 비닐하우스 덕분이다.
참외는 호박에 접을 붙인다. 호박 모종과 참외 모종을 각각 적당한 크기로 키운 후, 참외 모종을 호박 모종에 접붙이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는 호접과 합접이 있다.
먼저, 호접은 면도날로 어린 호박 줄기를 위에서 아래로 45도 각도로 절반쯤 자르고 참외 모종은 아래서 위로 45도 각도로 절반쯤 자른 후, 두 줄기를 뒤로 젖힌 다음 반쯤 자른 면이 서로 맞닿게 하여 집게로 집어 놓는다. 그 상태로 호박과 참외 뿌리를 다 살려서 포트에 심어두면 진액이 나와서 두 모종이 붙는 것이다.
접붙인 모종은 포트에서 한 달 가량 키운 후 비닐하우스로 옮겨 심으며, 옮겨 심은 모종이 뿌리를 내리면 참외 뿌리는 자르고 호박 뿌리만 남겨둔다. 튼튼한 호박 뿌리의 힘으로 참외가 자라고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이다.
한번은 우리 참외밭 옆에서 참외 농사를 하는 사람이 접붙인 모종을 비닐하우스에 옮겨 심은 후 참외 뿌리를 자르지 않고 그냥 놔두었다. 그래도 참외가 잘 자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 참외 뿌리에 병이 찾아왔고, 그 병은 호박 뿌리로 옮겨가 결국 참외가 많이 죽고 말았다.
참외 뿌리를 잘라내는 것은 그 뿌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참외 뿌리를 잘라내면 처음에는 참외 줄기가 시들기도 한지만, 그늘을 잘 만들어 주고 수분을 적당히 공급해 주면 곧 튼튼해진다.
호접 이후에 개발된 접붙임 방법이 합접이다. 합접은 처음부터 호박 모종에서 떡잎을 잘라내고 참외 모종에서 뿌리를 잘라낸 후 호박 줄기에 참외 줄기를 맞붙여서 집게로 집어 키우는 방법이다. 참외 뿌리를 잘라냈기에, 참외 줄기가 호박 진액에 의해 붙을 때까지 일주일 정도를 낮에는 시들고 밤에는 살아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해서 완전히 붙으면, 호박과 참외가 붙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호접보다 훨씬 튼튼한 모종이 된다. 요즘은 참외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90% 이상이 합접을 사용하고 있다.
참외가 잘 자라는 것을 보고 농부가 접붙인 참외의 뿌리를 잘라내지 않았다가 낭패를 당한 것처럼, 나는 사는 게 괜찮으니까 마음의 밭에서 좋지 않은 생각들을 잘라내지 않고 놔두었다가 실패하고 고통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 같은 실수를 여러 번 반복하고 나서야 좋지 않은 생각들을 마음에서 잘라낼 수 있었다.
한 번 실패한 농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지만, 사람은 잘못된 마음을 따라가서 고통과 실패를 경험하고도 다시 그 길을 간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그 길에서 쉽게 돌이키지 못하는 것이다. 농사에서 잘못된 방법을 얼른 버리는 사람이 현명한 농부이듯, 잘못된 마음에서 얼른 돌아설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한 인생을 펼쳐내는 현명한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