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른들은 "참외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고 했다. 나도 어릴 적에 참외를 먹고 배탈이 난 기억이 있다. `금싸라기` 참외 종자가 나오기 전, 배꼽이 큰 `은천 참외`만 있을 때에는 그랬다. 은천 참외는 저장성이 떨어져 속이 빨리 상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에 `금싸라기` 종자가 종묘사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처음 재배한 금싸라기 참외는 감탄이 나올 만큼 모양이 예쁘고 빛깔이 좋고 맛도 은천 참외보다 월등했다. 참외를 아무리 먹어도 배탈 걱정을 안 해도 되었다. 당시 나도 비닐하우스 세 개 동에서 금싸라기 참외를 시험적으로 재배했는데, 전년보다 수익이 두 배나 되었다. 몇 년 사이에 성주의 참외 재배 농가에서는 거의 다 금싸라기 종자를 심었고, 금싸라기 참외가 성주의 농가들을 부자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소득이 많아졌다. 그 후로 종묘사마다 금싸라기와 유사한 `금괴·금노다지·금복` 등의 종자를 선보여 농부들은 어떤 종자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금싸라기 참외가 나온 지 10년쯤 지났을 때 빛깔이 진하고 맛도 금싸라기보다 뛰어난 `오복` 종자가 나왔다. `오복`은 곧 성주 참외 산지의 70%를 점령했고, `금`자가 달린 종자들은 거의 다 사라졌다. 이후로도 종묘사들은 신품종들을 내놓았지만 오복을 따라갈 수 없었다.  몇 년 전부터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다. 한 종묘사에서 맛은 떨어지지만 빛깔이 아주 좋은 종자를 선보였다. 붉은 색에 가까울 정도의 황토색이 나는 참외였다. 여러 농가에서 그 종자를 심어 재배한 참외를 공판장에 출하했고, 빛깔이 아주 좋은 까닭에 좋은 값을 받았다. 자연히 다음 해에는 많은 농가에서 그 종자를 심었다. 결국 성주 농가의 90%가 맛은 떨어지지만 빛깔 좋은 그 품종을 선택했다.  참외를 사먹는 사람들을 위한다면 맛있는 참외를 재배해야겠지만 사람들의 손이 가는 것은 빛깔 좋은 참외다. 그래서 농부들은 맛과 빛깔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우선 보이는 이익을 좇아 맛을 버리고 빛깔을 선택한다. 맛 좋은 참외를 고집하며 농사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삶의 길에서도 같은 문제를 만난다. 인생에 유익한 길을 선택하지 못하고 보기에 그럴 듯한 길을 택하며 살려고 한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좋은 농부와 같아서 보기 좋은 길이 아닌 유익한 길을 걷는다.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다 같은 마음을 품은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그 마음을 주위 사람들에게 전해 사람들이 그에 공감해 함께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여럿이 함께 가기에 혼자서는 가기 힘든 길을 걸을 수 있다. 높은 산을 넘는 듯한 어려움을 지나지만 마음에서는 웃으며 그 길을 지나가며, 돕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기쁨과 감사를 느낀다.  요즘은 맛 좋은 `오복` 종자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종자를 생산해도 팔리지 않으니 종묘사들에서 종자를 생산하지 않는 것이다. 우선 보기 좋은 쪽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시대. 그래도 바른 길로 걷고자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있어서 좋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삶이 행복하다.
최종편집:2025-06-17 오전 11:33:13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페이스북포스트인스타제보
PDF 지면보기
오늘 주간 월간
출향인소식
제호 : 성주신문주소 :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읍3길 15 사업자등록번호 : 510-81-11658 등록(발행)일자 : 2002년 1월 4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성고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45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최성고e-mail : sjnews1@naver.com
Tel : 054-933-5675 팩스 : 054-933-3161
Copyright 성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