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서 이어집니다.)  어린 새싹을 솎을 때는 미안하기도 하지만 더 튼튼한 상추와 치커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햇빛을 보고 이슬을 맞으며 조금씩 커가는 채소들은 주인의 손길로 제대로 된 모습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옆집 직원 텃밭은 반지르르하게 윤기가 나는 것 같다. 나보다 훨씬 일찍 시작하기도 했지만 거름 쓰는 법, 비료를 주는 방법 등이 한마디로 베테랑 농사꾼이다.  적당한 간격으로 솎아준 상추는 넙적한 잎이 싱싱하게 자태를 뽐내는 듯하고 다른 채소들도 다 인물이 훤하게 잘 자라서 점수를 매기자면 일등농장으로 일품 농산물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퇴비도 적절하게 쓰고 비료도 이렇게 저렇게 적당히 잘 주어야 한다는 오랜 경험의 노하우를 들려줘서 최신 농사 정보에 어두운 나로서는 많은 공부가 되었다.  함께 씨를 뿌렸지만 그중에 다른 채소보다 열무는 빨리 자라는 것 같다. 한번은 집에 갔다 왔는데 며칠 새 부쩍 자라있기에 뽑아서 첫 수확의 기쁨을 맛보았다. 일부를 남겨 두었는데 학교 직원들의 삼겹살 파티에 쌈 재료로 유용하게 쓰였다고 k팀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듣기도 하였다.  그 열무를 집에 가져가서 아내가 열무김치를 담그고 일부는 냉장고에 보관한 모양이다. 집에서 밥을 잘 안 먹는 둘째도 저녁에 일찍 퇴근해서는 열무를 썰어 넣고 된장에 비벼서 열무김치와 함께 맛있게 먹으며 올해는 아빠 덕분에 싱싱한 채소로 좋은 비타민을 섭취한다며 은근히 아빠 칭찬을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시집간 큰 딸네에게도 열무김치를 조금 갖다 주었는데 전화가 와서는 올해 유치원에 들어간 손녀 재윤이가 친구들이랑 할아버지가 농사지은 열무김치가 맛있다며 아주 잘 먹는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김치를 잘 안 먹는다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 가족들에게 점수를 딴 것 같아서 마음이 흐뭇해 진다.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퇴비로만 거름을 해서 그런지 시장에서 사먹는 채소맛하고는 확실히 차이가 나는가 보다.  며칠 전 다음날 비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고추밭에 흙을 파서 요소비료를 묻어주고 열무 뽑은 자리를 갈아서 다시 열무와 얼갈이 배추씨를 심었다. 그리고 상추와 쑥갓 치커리를 솎아서 집으로 가져 왔다. 비닐봉지에 담아서 버스로 천안역까지 와서 전철로 갈아타고 두시간 정도 걸려서 집에 도착을 하다 보니 밤 열시가 지난 시간이라 채소를 꺼내서 펼쳐 놓았다. 좁은 소견에 그래야 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튿날 아침 아내에게 또다시 잔소리를 듣고 말았는데 야채는 신문지나 비닐에 그냥 싸놓는 것이 시들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힘들게 농사지어서 가져와도 핀잔을 듣자니 은근히 화가 나서 나도 맞대응을 하며 조금 대들다가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는데 나이 들다보니 지는 게 이기는 것 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많이 내려서 서울에서 중요한 행사를 치르면서 고생은 하였지만 텃밭에 채소들이 쑥쑥 클 것을 생각하니 흐뭇한 마음이었다. 그 후에도 서울에서의 행사가 겹치는 바람에 텃밭에 가보지 못하게 되어서 k팀장에게 전화를 해서 비온 뒤에 상추나 치커리들이 많이 자랐을 터이니 뽑아서 함께 드시라고 했다.  작은 텃밭이지만 농사를 지어서 이웃과 나누어 먹는 것도 참 흐뭇하고 즐거운 일인 것 같다. 이번 주에는 내려가서 내 자식 같은 채소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텃밭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아이들도 부모가 얼마나 관심을 가져 주는가에 따라서 달라지듯이 농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비록 어설픈 아마추어 농사꾼이지만 이제부터는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듬뿍 주어서 내 텃밭의 채소들이 제일 맛있고 가장 신선한 일등 채소 나의 일등작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리고 조만간에 가족들을 데리고 와서 손자 재훈, 손녀 재윤이에게 텃밭도 보여주고 채소를 직접 뽑아서 삼겹살 파티를 열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끝)
최종편집:2025-06-17 오전 11: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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