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짜장면 네 그릇 주세요. 곱배기로요. 그리고 양파를 많이 주세요."  나는 짜장면을 좋아해서 종종 짜장면을 먹는데,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짜장면 이야기`가 있다.  오래 전 내가 대구에 살 때, 충무 애조교회라는 나환자 교회에 집회를 하러 갔다. 그때는 승용차가 없어서 버스를 타고 마산을 거쳐서 충무로 가는데, 버스 옆자리에 앉은 분들의 외모가 좀 이상해 보였다. 자세히 보니까 나환자였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가다가, 어디 가느냐고 물으니까 충무에 간다고 했다. 알고 보니 내가 강사인 집회에 가는 분들이었다. 그분들은 내가 박옥수 목사인 것을 알고 깜짝 놀라면서 무척 반가워했다.  버스가 마산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점심때여서 우리는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그분들도 모두 기뻐하면서 그러자고 했다. 마산 터미널 근방에 있는 중국집으로 갔다. 그런데 그렇게 신나게 이야기하던 분들이 막상 식당 앞에 와서는 들어가지 않고 식당 안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나는 그분들이 왜 머뭇거리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먼저 들어가 식탁에 앉으면서 빨리 들어오라고 권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주인을 불러 짜장면을 시켰다. 그분들은 어색해하면서 내 곁에 와서 앉았다. 우리는 같이 짜장면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분들은 굉장히 고마워하면서 "생전 처음 사 먹는 짜장면이에요! 너무 맛있어요!"라고 했다.  그분들은 나환자여서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사먹어 본 적이 없고, 한 번도 목욕탕에 가본 적이 없어서 목욕탕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른다고 했다. 물론 그날 음식값은 그분들이 다 냈지만, 나와 같이 한 식사가 일평생 잊지 못할 식사였다면서 기뻐했다.  나환자들은 누구 앞에든지 떳떳하게 서지 못한다. 언제나 미안해하면서 살고, 돈이 있어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짜장면 한 그릇이 말로 다할 수 없는 큰 만족이요, 잊을 수 없는 기쁨이 된다. 사람은 누구든지 행복하다고 해서 행복만 있는 게 아니고, 불행하다고 해서 불행만 있는 게 아니다. 행복한 사람도 불행한 부분이 있고 불행한 사람도 행복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결국은 어디에 마음을 두느냐가 중요하다.  내 아내가 쓰는 바느질 통에는 여러 가지 실이 있다. 그 중에서 흰 실을 가지고 당기면 계속 흰 실이 나오고, 검은 실을 잡아당기면 검은 실만 계속 풀려나온다. 사람도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슬픔도 있고 기쁨도 있는데, 기쁜 일을 찾아서 감사하며 기뻐하면 계속 기쁨이 샘솟고, 반대로 슬프고 짜증스러운 일을 보면서 슬퍼하고 괴로워하다 보면 짜증낼 일들만 생긴다. 나병환자라는 조건이 그분들의 마음을 한없이 낮아지게 했고, 그 낮아진 마음이 기쁨을 찾아내 작은 것도 큰 감사로 받게 했다. 집회 기간 내내 순수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달게 들으며 정말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분들이 전혀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건강한 사람이 갖지 못한 마음의 기쁨과 평안을 갖고 있어서 지금도 그분들은 믿음 안에서 아름답고 복된 삶을 살고 있다.  짜장면 한 그릇으로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이라면, 우리는 얼마든지 우리 인생을 행복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최종편집:2025-06-17 오전 11: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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