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의 s대학교 기숙사에서 내 연구실까지 거리는 약 1km 남짓 되는 것 같다.  기숙사 문을 열고 조금 걸어서 계단을 오르면 테니스장이 있는데 시민들에게 개방을 해서 주로 일반인들이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운동을 하는 곳이다.  한 계단 더 걸어서 언덕을 오르면 풋살장과 농구연습장 등이 있는 다목적구장을 지나 넓은 운동장이 펼쳐진다. 일 년에 한두 번 학교의 큰 행사나 체육대회가 이곳에서 열린다.  운동장을 끼고 본관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데 양옆으로 벚나무가 마치 사열대처럼 줄지어 서 있다. 봄이면 화려한 벚꽃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고 여름이면 지나는 학생들에게 그늘이 되어주는 고마운 나무이다.  다른 대학보다 이곳은 외국 유학생들이 많은 편인데 세계 각국에서 모인 아이들이 큰 행사라도 할 때면 마치 인종 전시장 같기도 하고 함께 뛰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세계평화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아침 그 길을 지나는데 눈에 띄게 낙엽이 많이 떨어져서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게 아닌가, 무심히 밟은 나뭇잎은 바스락하고 힘없이 부서져 버린다. 그렇게 싱싱하게 푸르름을 자랑하던 잎이 아니던가? 이래서 사람들이 허무해지고 마음이 우울해 지는가보다.  그러고 보니 벌써 여름의 끝자락에 와있구나. 벌써 저만치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문득 나무를 쳐다보니 잎은 많이 시들어있고 군데군데 구멍이 나있는 모습에 마음 한쪽이 아려온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36도 37도를 오르내리며 폭염이 이어져 열대야로 잠을 설치면서 힘들었는데 비가 한번 내리고 나더니 금세 가을 날씨로 바뀌어져 버린 것이다.  "정말로 정말로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선선한 날이 영영 안 올 줄 알았습니다"  단체카톡방에 올린 어느 지인의 글인데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변해버린 날씨에 대한 댓글을 올리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이곳 s대학교 교정은 삼룡동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석조 건축물로서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본관건물을 중심으로 주변의 산세는 좌청룡 우백호가 잘 배치되어 있고 건너편 안산도 적당히 자리잡고 있어서 풍수적으로도 손색없는 길지로 여겨진다.  우거진 수목들은 머지않아 단풍으로 물들 것이고 잔디광장도 누렇게 색이 변하게 되고 곳곳에 심어져있는 은행나무들도 노랗게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모과나무에도 열매가 익어갈 것이며 감나무에는 굵은 왕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그 자태를 뽐내리라.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해 여름에 나는 서울 사무실과 천안의 학교를 오가면서 보냈는데 서울의 사무실은 바로 위가 옥상이라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마치 한증막 속에 있는듯해서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학교는 그에 비하면 훨씬 시원한 편이라 비교적 더위를 무난히 견딜 수 있었다.  엊그제 둘째딸이 늦은 휴가를 제주도로 갔는데 휴가소식과 사진을 카톡방에 올리자 큰아이와 막내는 부럽다고 난리다.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나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뭐하느라 남들 다하는 것을 못하고 사는지, 이제 곧 추석도 다가오는데 몇 년째 벌초도 조카들에게 맡기고 명절에 조상님께 성묘도 못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올해도 고향을 찾는 이들로 고속도로는 막힐 것이고 형제와 친인척을 만나 정을 나누는 고향의 풍경은 여전하리라. 추석이 가까워지면 매일 손꼽아 기다리던 어리시절이 생각난다.  장에 간 엄마가 추석빔은 어떤 걸 사오실까 궁금해서 동구밖에 나가서 멀리 신작로를 바라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참 세월은 많이 흘러버렸다.  고향 하늘에 둥실 뜬 달 아래 친구들과 송편이랑 동그랑땡이랑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어울려 뛰어놀던 추억이 눈에 선하다.  그런 날이 다시 올수 있을까? 언젠가는 다시 오겠지 하고 막연히 기대를 해본다.  작년에는 학교 뒷산에서 알밤을 꽤 많이 주웠다. 올해도 비닐봉지 가득 가득 알밤을 주워와야겠다.  이제 그렇게 뜨거웠던 여름이 떠날 준비를 하고 가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는데 모든 이들이 다 함께 좋은 결실의 계절을 맞이하였으면 좋겠다.  연구실 창밖으로 보이는 교정은 참 아름답다. 8월 하순의 따가운 햇살아래 잔디광장에는 분수에서 쉬지 않고 물이 뿌려 지고 있고 저만치서 한 무리의 외국 유학생들이 자기 나라말로 무어라 신나게 떠들면서 지나가고 있는데 내 귀에는 마치 가을이 오는 소리인양 정겹게 들린다.
최종편집:2025-06-17 오전 11: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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