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상에 언어는 다양해서 그 수효는 수백을 헤아리고 그 언어들을 표상하는 문자도 수십 종류를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많은 언어 가운데 우리는 한국어라는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수천 년을 이어오고 있고 그를 표상하는 글자로 `한글`이라는 독창적인 문자를 비롯하여 한자와 아라비아 숫자를 병용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가 최초로 사용하기 시작해서 수천 년 동안 문자는 한자이며 우리가 고유의 문자 `한글`을 창제해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근세의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말에 자연히 한자어와 한자투의 말이 많이 혼합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말의 70% 이상 정도는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고 있지만 한글이 창제되어 사용하기 전까지는 아마도 우리말의 80~90%가 넘는 어휘가 한자어에 근원을 둔 한자투의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선 우리는 우리의 성명부터 한자로 표시하여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있지 않는가. 　한자로 된 성과 이름을 가지기 전까지는 성과 이름의 구별도 없이 우리의 고유한 말로 그저 `쇠돌이` `돌쇠` `이뿐이` `갑돌이` 등의 이름만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후에 金東稙, 李成龍, 崔英子 식의 한자 성명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의 국명으로부터 전국의 도, 군, 면, 리명까지 모두 한자로 되어 있지 않는가. 　우리가 70% 이상이 되는 한자어가 혼재되어 있는 우리의 언어생활을 영위하면서 한자어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뜻을 나타내는 표의문자인 한자를 사용한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땅히 한글과 더불어 한자를 병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자에는 우리의 역사가 있고 우리 조상의 얼이 깃들고 있는 많은 문화유산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한자를 모른다면 우리는 역사도, 조상의 숭고한 정신과 혼도 알 수 없다. 또한, 그것을 이어갈 수도 없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겠는가? 　우리가 한자를 배우고 써야 하는 데는 이러한 문자학적 배경 외에 또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자는 인륜도덕심의 배양을 지양하는 유교적 교육 이념을 동반하면서 계발 발전해 온 문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것을 익히고 사용하게 되면 부지불식간에 인류도덕심의 배양과 앙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자로 구성된 수많은 성어와 어휘에는 인륜도덕적인 의미 내용을 내포하고 있는 문자가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청소년들이 윤리도덕심과 정신교육의 강화가 요망되고 있는 마당에 그들에게 한자를 학습시킨다면 한자 자체의 학습 외에 이러한 윤리도덕적인 정신교육에도 크게 일조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