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5일 예정대로 투어를 진행했다. 며칠 전부터 매스컴에서는 갑작스러운 한파가 닥친다는 경고성 예보가 빗발치고 있어 행사 주관자로서는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존경하는 원로 선배님들께서 큰 관심을 가지시고, 사랑하는 후배 동료 여러분들이 많이 동참하시겠다는 연락이 있어, 송년을 장식하는 멋진 행사를 가져보자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 근교를 중심으로 우리문화를 읽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오전에는 남양주에 소재한 다산선생 유적지를 순례하고 오후에는 우리나라 도예예술의 중심지인 이천(利川)을 찾기로 했다. 다행히 추위를 느낄만한 날씨가 아니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항상 행사를 마치고 반성하는 일이지만 행사 기획자로서는 시간뿐 아니라 여러 가지 제한된 상황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것을 생각하다보니 욕심을 부리게 되어 많이 아쉬움을 갖게 되기 마련인데 특히 이번 같은 경우 다산유적지 순례는 최소한 하루는 잡아야할 시간을 한나절로 잡고 보니 더욱 더했다.   계획했던 시간 9시에 출발해서 10시에 다산선생 유적지에 도착해서 11시 20분까지 문화해설사의 안내로 다산문화관을, 이어 다산기념관에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하피첩을 비롯한 중요한 유물들도 보았다.   다음 유배에서 풀려나온 선생이 나라의 부패를 꾸짖고 꼿꼿하고 검소하게 지내시던 선생의 모습을 간직한 여유당(與猶堂)을 둘러봤다.   동상을 참배하고는 순례길을 마쳤다. 당초 생각은 실학박물관을 찾아 성주와 인연이 깊은 특히, 동참하신 해동학회 이윤기 박사님과 친분이 두터운 김시업 관장님을 찾아뵙고 좋은 말씀을 듣고 선생의 묘소 참배까지 하려고 했었는데 현장에서 확인했던 바 최근 영주로 전근하셨다는 말씀을 듣고는 여유시간도 없고 해서, 유적지 안내는 이것으로 마친다는 문화해설사의 안내를 따랐다.   다산 정약용 선생(1762~1836)은 저서 목민심서로 너무나 잘 알려진 어른이시며 정조때 문신이자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하고 발전시킨 선진적인 사상가이시다. 특히 중농주의 실학자로 전제개혁(田制改革)을 주장하셨다.   수원 화성 축성시 거중기를 고안하여 업적이 컸고 여러 면에서 정조에게 가장 사랑받던 신하로 알려졌다.   선생은 또 유교경전을 새롭게 해석하여 당대 조선을 지배한 주자학적 세계관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시도하다 반대파의 음모로 유배생활을 했는데 이때 자신의 사상을 완성했다고 한다. 선생은 무엇보다 봉건사회가 안고 있는 갖가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개혁안을 내놓았는데 여유당 전서(與猶堂全書)라는 방대한 저술 속에 당시 행정지침서로 알려진 목만심서도 수록되어 있다.   이렇게 유적지 순례를 마치고 이천으로 오면서 이른 시간이지만 점심을 하고, 이천시 문화해설사의 안내로 설봉공원에 위치한 시립미술관인 월전 장우성 기념 미술관을 찾았다. 월전 선생 생전에 인연이 깊었던 나의 내자의 인연으로 학예실장(장준구)과 학예관(권화의)이 미술관 정문에서 반가이 맞아 주었으며 여기서부터는 학예관의 안내를 받았다.   마침 월전 선생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상설 전시관이 개관되고 있어 뜻밖에 연대별로 구분된 선생의 훌륭한 작품과 마주할 수 있었고 또 선생이 소장한 김홍도 선생의 쌍치도(雙稚圖) 같은 조선시대 명인들의 명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월전 장우성 선생(1912~2005)은 해방 후 한국화의 새로운 형식과 방향을 모색하여 우리 화단을 이끈 근현대 한국화단의 거목이시다.   선생은 동양고유의 격조 높은 정신을 계승하여 현대적 조형기법을 조화시킨 문인화의 회화세계를 구축 근대적 화풍을 이룩하여 새로운 미술의 형상과 발전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시서화(詩書畵)를 온전히 갖추어 전통문인화의 높고 깊은 경지에 이른 현대화단의 마지막 문인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선생은 뛰어난 예술가인 동시에 탁월한 교육자이셨다. 서울대학교의 미술대학에서 1946부터 1960년대 전반기까지, 1960년대 후반기부터 홍익대학교 교수로서 후진을 양성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이렇게 해서 값진 시간을 마치고 계획대로 이천시가 자랑하는 도요(陶窯)를 찾기로 하고 해강 유근형 선생의 작품 전시관, 도암 지순탁 선생의 고려 도요(제자가 운영)의 안내를 요청했던 바 당초 방문을 협의 할 때와는 달리 해강 선생 전시관은 최근에 폐쇄했고 도암 선생의 고려도요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그 대신 이천 세계도자기전시관과 이천박물관을 관람했다.   이천 세계도자기전시관은 몇 차례의 세계박람회를 개최했던 관계로 세계유명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어 뜻밖에 세계명품들을 접하게 되어 도예작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이천박물관에서는 주로 전통 도자기를 감상했으며 전통자기의 제작기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새삼스럽게 느꼈지만 도예작품은 흙도 중요하지만 가마의 온도, 유약의 종류 등이 매우 중요하다는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들을 감상하게 되어 전통도예의 제작기법에 대한 설명이 더욱 흥미로웠다.   이렇게 해서 계획했던 순례와 전시 관람은 예정했던 시간에 순조롭게 마치고 만찬이 남았는데 이천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이 좋은 쌀의 산지라 밥맛이 뛰어난 집을 찾아 돌솥밥집을 예약했다. 30명이 각각 작은 돌밥솥을 앞에 두고 보니 이것 또한 흔히 보는 만찬 모습이 아니었다.   평소 송년 만찬이라면 술잔이라도 먼저 돌아가게 마련인데 이번 만찬은 먼저 돌밥솥을 앞에 두고 앉았으니 말이다.   실은 이번 돌솥밥 만찬은 우리는 주 농사가 참외가 되서 좀 덜하지만 요즘 우리 농촌은 풍년에 소비부진 때문에 쌀값 하락으로 아주 큰 어려움을 맞고 있다. 그런 안스러운 생각도 마음에 담아봤다.   이번 투어에는 우리 후원회의 원로 고문님들 이윤기, 이상희, 이하영, 김동태, 도달희, 송상봉 님 그리고 귀빈으로 완정고택(浣亭古宅)의 이종건 선생을 위시해서 향우회의 손영웅 회장, 이연찬 이사, 도영호 이사, 이연창 이사, 김상규 이사 그리고 집행부의 회장단, 보직이사 여러분들이 동참했고 새로운 얼굴들 등 30여명이 알차게 함께 성황을 이루었다. 감사드린다.   특히 원로 회원님들께서는 이천시가 지역과 연고가 있는 한사람의 명인 문인화가를 유치해서 지역문화 창달은 물론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노력한 것이 크게 평가하고 싶다는 의견이었다. 당초 월전 문화재단과 협의할 때 현재 규모(600억원)와 같은 훌륭한 미술관의 건립안을 제시해서 재단 자산의 무상기증을 수용하도록 협의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고향 성주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고향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값진 시간을 가졌다. 끝으로 다사다난했던 이 해를 보내고 우리 모두 희망찬 새해를 기원하며 끝을 맺는다.
최종편집:2024-05-21 오후 01: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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